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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

by 김정욱

2-9. 지난 주부터,


옆 기획팀에 출근하고 있는 중고로 보이는 신입사원이었다.

타 부서이기도 하고 별로 업무상 관련이 없다보니 이름조차 생각이 안났다. 인상이 웬지 어둡고 우울한 그림자가 있는 사람이었다. 거기에 이마를 전부 가리고 있는 남자라니- - - 노- 노- -


거절의 말을 거내기도 전에, 손에 쥐어주고 휙 지나쳐 주차장 쪽으로 내달렸다.


'아- - 이게 뭐람. 따라가서 우산을 씌워줘야 하나- - - 양복이 젖을텐데- -'


하지만 생각만 했을 뿐, 결국 그 우산을 쓰고 집에까지 왔다. 성가신 일이 생긴 것 같아 며칠내내 신경이 쓰였다. 우산은 고맙다는 쪽지를 꽂아 아침 일찍 그 사람 책상에 두었다. 그리고 그 사람 책상에 있는 명패를 봤다.


'대리 이 원형. 흥! 그렇군. 신입은 아니었어- - 낙하산인가?? 알게 뭐야- -'


일주일쯤 지나고 우연히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게 되었다. 사무실이 있는 12층에서 1층까지 내려오는 시간이 그렇게 긴지, 목이 뻣뻣하도록 숫자판을 올려보았다.

문이 열리고 그 사람이 휙- 바람처럼 스치고 앞서 나가면서 말했다.


"서울 구경 좀 시켜줘요. 서울은 잘 몰라서- - -"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가버렸다.


'뭐야! 이 사람. 지 말만 하구- - 그렇게 말하면 내가 대리님 대리님 하면서 따라 나설 줄 알고- - - 웃기는 사람이네- - - 쳇'


얼마 후, 우연히 과장님이랑 얘기하는 걸 보았다. 나름 유쾌한 분위기였는지 낮은 웃음소리도 났다.

정이는 자신도 모르게 쳐다보다가 그 사람이랑 딱 눈이 마주쳤다.


순간 0.1초 사이에 그만 심장이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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