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 어제만 해도,
거의 3년만에 만난 진아 친구 명현이 엄마. 그것도 그녀가 일 하는 마트에서 만났다.
명현이 아빠, 엄마, 명현이까지 가족 모두 장 보러 나온 모양. 정신없이 박스를 뜯고 물건을 빼고 진열하고 바쁜 연숙이 어쩌다 눈이 딱 마주쳤다.
가능하면 아는 사람들 피해가며 지내 온 터에 '안녕하세요. 고객님' 얼떨결에 인사까지 하고 나니 어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정 많은 명현엄마가 머쓱하니 손을 잡았다.
"소식 들었어- - 고생이 많네- - "
그 말에 그만 눈물이 터져버렸다. 고맙다는 말도 못 하고 뛰쳐 나왔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툭 하면 눈물 바람인가?
무엇 때문에 질척이며 무시로 상실감과 절망감에 사로잡혀 못난 꼴을 보이는가?
머리로는 깔끔하게 감정 정리를 마치고, 씩씩하게 당차게 살아가자고 단단하게 마음을 먹었지만 매 번 허물어지는 나약한 성정에 연숙은 두려움을 느꼈다.
내가 어쩌자고? 앞으로 살아내야 할 시간들이 많고 많은데- - 어쩌자고?
어쩌면 억울하고 서러운 맘을 단 한 번이라도 맘 껏 터뜨려 보지 못한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누구에게도 따뜻하게 위로 받지 못한 자신의 슬픔이, 가슴 속 가득 차 있어 눈물의 원천이 되는건가?
연숙은 어른답지도, 엄마 답지도 않은 모습에 스스로 실망하면서 자꾸만 작아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