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생각해 보니,
처음부터 민오 성격이 모난 것은 아닌 듯 싶었다.
다만 직급 높은 분을 모시는 운전기사를 이십 여 년 해오다 보니 이래저래 억압 된 성격이 죄 없는 가족에게 화풀이, 굴종하게 만들었다. 자기식대로 기준을 세웠으며 그대로 따라 줘야지 안 그러면 분노가 끓어올라 지나친 화를 내고 마는 것이다. 말 그대로 분노조절 장애, 바로 그것이다.
가정 경제권, 그것도 그랬다.
결혼한지가 언제인가? 십 여 년이 넘도록 지금까지 찬거리 살 돈조차 일일이 받아 써야 하는 연숙은 때때로 분통이 터져, 물가가 많이 올랐느니, 고기 값이 얼마니 말하기도 싫고, 그저 받아 든 돈을 민오 얼굴에 확 뿌려주고 싶은 심정이 되곤했다.
왜 그렇게 식구들에게 야박하게 구는 건지, 노후대책을 얼마나 잘 하려는 건지 뭔지 알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이렇다 보니 연숙은 번듯한 외출복은 고사하고 일상복 쪼가리도 친정 동생에게 얻어 입는 것이 많았다. 내 맘대로 단 돈 10만원이라도 써 보는 것이 소원인 적도 있었다.
부업이라도 해 보려면, 집 안 어지럽히는 걸 끔찍히 싫어하는 민오 때문에 엄두를 내 볼 수 없었고, 반짝반짝 집안 살림만으로도 이미 연숙은 진이 빠졌다. 언제나 자신 수발만 들어 주길 바라는 남편 때문에 그야말로 일상이 남루한 나날이었다.
연숙은 언제나 가슴 한 켠에 이혼하고 싶다는 열망이 들끓었으나 진아를 보면 그 또한 못 할 짓이어서 망설이고, 스스로의 나약함 때문에 또 망설이고 언제나 생각 뿐이었다.
이렇듯 독재자처럼 굴던 민오가 그만 큰 병에 걸려 자리에 누웠다.
간경화로 간암까지- - - 큰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간 이식만이 살 길이었으나 그건 너무 먼 얘기였고 그대로 수술한다 해도 결과를 장담 할 수 없었다.
사람이 약해지는 것도 잠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