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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날

by 김정욱

5-11. 큰 키에 80키로,

탄탄하던 사람이 일 년이 넘어가자 반쪽이 되어 똑바로 바라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와중에도 통장을 움켜쥐고 감 놔라 배 놔라 살림살이를 입으로 다 했다.

연숙은 진절머리가 났다.

차라리 회복이 안 될 것 같으면 빨리 가기라도 - - - 무서운 생각도 들었다. 죄 받을 일이다. 연숙은 얼른 고개를 흔들었다. - - - 아멘, 아멘- - - 뜬금없는 말이 흘러나왔다. 스스로 생각해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작년 여름부터 통증때문에 민오는 낮이나 밤이나 단말마 같은 비명을 질러댔다.

새까맣게 쪼그라든 모습에 배만 부풀었고 눈에만 독기가 걸려 있었다.

하긴 얼마나 억울할 것인가? 자신이 계획 했던 전원생활 노후는 가 보지도 못 한 채 병마에 사로잡혀 시달리고 있으니, 한편으론 가엾고 불쌍하기도 했다.

민오가 투병 하는 동안, 연숙과 진아도 몸과 마음이 황폐해졌다. 지난하고 피 말리는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눈꼽만한 그간의 정마저 뚝뚝 떨어졌다.

급기야 생 전 말대꾸가 없던 진아가 아빠에게 엄마 그만 괴롭히라고 고함을 쳐댔고, 민오는 자리 근처에 있던 물병이나 컵, 약 따위를 손에 잡히는대로 내동댕이 쳐버려 아수라장이 되곤 했다.

연숙은 겁이 덜컥 났다.

'그래도 환자인데- - -- 이러면 안 되지 안 되는거지- - - 아픈사람인데- - '


연숙은 무조건 민오 앞에 엎드려 빌었다.


'내 탓이라고- - - 다 내가 잘못했다고- - - 진아가 그러는 것도 다 내 탓이라고- - -'


연숙은 가슴을 뜯으며 눈물을 쏟았다.

힘들 때 서로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야 할 가족이 어쩌다가 서로 상처만 내고 화만 내게 되었을까?

우리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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