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춘복은 눈 앞이 아득해졌다.
이것이 꿈이려니 - - 꿈이었으면 했다.
또다시 나에게 갑작스런 이별이, 서러운 이별이 또 시작되다니 - -
내 나이 육십 셋, 정화 나이 육십 넷.
사십년 세월이다.
철 모르던 망나니 같던 내 나이 스물 셋.
처음 그녀를 만났다.
그 시절, 나는 어설픈 양아치였고 쓰레기 같이 살았다.
팍팍한 현실이나마 좌충우돌 허덕대며 그나마 제 길을 가고 있던 형과는 달리 공부는 일찌감치 때려치웠다. 고등학교는 입학만 했지 가지 않은 날이 더 많았다.
아무리 공부 잘 하는 형이 같은 학교에 있다 해도 선생들은 하나 같이 나를 쓰레기 취급했다
그런 학교는 안 다니는 게 더 나았다.
난, 원래 축구를 하고 싶었다. 몸 쓰는 일은 자신있었다. 나름 열정도 있어 열심히 했다.
그러나 축구부에 들어가는 건 돈이 있어야 했다. 운동장을 달리고 뛸 뿐인데 훈련비로, 체력단련비로, 뭐로 - - 목돈이 필요했다.
먹고 사는 것도 힘 든 처지, 그런 돈이 있을리 없다.
x 같은 세상. 너희들 끼리끼리 잘 먹고 잘 살아라.
어줍잖은 치기와 오기로 뭉쳐있던 나는 날이면 날마다 크고 작은 사고를 쳤다.
치 떨리도록 지긋지긋한 가난이 나에겐 족쇄가 되고 걸림돌이라 생각했다.
양아치 같은 한 세월에 아까운 젊음을 탕진하고 있었다.
그 해 봄.
스물 셋. 그 봄에 기어코 사단이 났다.
동네 형 오토바이가 며칠째 세워져 있는 걸 보고, 그 동생 녀석을 협박해 열쇠를 손에 넣었다.
오토바이 뒷자리에 같이 어울려 다니던 녀석의 그녀, 장 정화를 태웠다.
자정이 넘도록 우리는 목숨 줄을 희롱하며 짜릿한 흥분 속에 몸을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