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 그러나,
그 시간은 너무도 짧았다.
동네로 돌아오던 중, 진즉부터 흩뿌리던 빗줄기가 굵어졌다. 오토바이는 젖은 빗 길에 미끄러져 4미터 높이의 다리에서 떨어졌다. 물이 없던 돌 바닥으로 부딪치면서 두 사람의 상처는 깊었다. 어쩌면 죽을 수도 있었지만 죽을 운명은 아니었던 것. 후폭풍은 거셌다.
한바탕 온 동네에 소동이 벌어졌다.
시끄러운 날들이 지나고 나는 한 다리를 약간 절게 되었고, 정화는 얼굴 왼편에 커다란 흉터가 남았다.
서울인가 미국인가 어딘가에는 이 깟 흉터쯤은 감쪽같이 고칠 수도 있다는데 우리에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없는 살림에 여자 치료 명목으로 끊임없이 돈이 들었다.
결국 견디다 못한 나는 결단을 내렸다.
물론 그녀 오빠의 협박과 회유도 있었지만, 다음 해 가을, 우리는 합의 결혼을 했다.
그래- - 결혼이 별건가?
꿈 같은 사랑 같은 건 있는지도 몰랐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우리의 비극은 막이 올랐다.
사랑, 애정, 행복 이런 건 처음부터 없었다.
두 칸짜리 집에 우리 방이 있을 리 없었고 결국 형은 한의원 하는 먼 친척집에 종업원 겸 더부살이로 갔고, 막내 여동생은 부모님과 한 방으로 합쳤고 남동생은 군대를 지원했다. 처음부터 마땅치 않았던 며느리가 눈에 가시였던 어머니. 제대로 하는 일 하나 없는 무능한 나, 상처 입은 짐승 같았던 그녀. 철 없던 동생.
너무나 완벽한 불행의 조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