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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사랑

by 김정욱

3-10. 나에게는


지독한 형벌이었고 지옥 같았던 숨 막히던 시간들.

처가의 도움으로 운전을 배웠다.

처가쪽 어른을 따라다니며 화물 운송일을 했다. 몸을 다친후론 몸쓰는 일이 버거웠다.

하지만 어쩌랴. 세상을 보며 물정을 터득했고 그제서야 남들을 보며 인생을 배워갔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가슴을 콱 틀어막고 있는 억울한 울분은 사라지지 않았다.

내가 왜? 그 때 왜? 한 번 뿐인 내 인생을 내동댕이쳤을까?

눈앞에 있는 그녀가 그렇게 미웠다. 원망스러웠다.


'너 만 아니었으면 - - 너 때문에- - '


그녀 또한 나에 대한 원망이 하늘을 찔렀다.


'너 때문에 - - 네까짓꺼 때문에 - -'


우리는 매일매일 피 흘리며 서로를 물어뜯고 할퀴었다.

독하게 며느리를 닦달하던 어머니가 보다 못 해 살림을 내어줬다.


'나가서 싸워라 - - 눈에 안 보이는데 가서 싸워서 죽던지 살던지 해라 - -'


전쟁 같은 나날, 이상하게 분가하곤 동네 시끄럽게 싸울 수 없었다. 소리없는 전쟁, 우습게도 우리는 남 보기에는 조용하고 말 없는 부부였다.

더 우습게도 그녀는 이불을 꼭 한 개만 방 가운데 폈다.

'뭔 짓이야?' 눈을 부라리며 내가 성을 내도 그녀는 생뚱맞은 답을 했다.


"우린 결혼했잖아 - -"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는 그때껏 손 한 번 잡지 않았다.

서로의 몸이 닿을세라 몸을 웅크리며 새우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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