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장거리 일을 하면서,
외박이 잦아졌다.
작은 포구에서 밥 집을 하고 있던 미순 엄마와 어쩌다 이 말 저 말 하게됐다.
폭력적인 남편에게 도망쳐 숨어 살고 있다했다.
미순이를 보니 나에게도 이쁜 딸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난 어떤 사람인가? 도대체 난 뭐 때문에 살고 있을까?
평생 해보지 않았던 생각들로 머리가, 가슴이 무거웠다.
그 날, 우리는 부부가 되었고 결혼한지 4년째였다.
어쨌거나 우리는 몸 뜨거운 청춘이었다. 정이야 있건 없건 문제될 건 없었다.
이듬 해, 이쁜 딸이 태어났다.
이 년 뒤 아들이 태어났다.
난, 진정 아버지가 되었고 남자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봄 날은 길지 않았다.
성격이 활달하고 거침없던 그 녀, 장 정화.
내가 적던 많던 꼬박꼬박 물어다 나를테니 알뜰하게 살자고 그렇게 얘기를 하고 또 했건만 계를 한다 어쩐다 하더니 사고를 치고 잠적을 했다. 뒷 수습으로 가진 돈을 다 날렸다.
배신감으로 다시는 그녀를 찾지 않으리라 했다. 그러나 어린 아이들을 생각하니 어쩔 수 없었다.
다시 월세 방으로 들어갔다.
자주 집을 비우는 일이 불안해졌다.
돈은 적어도 매일 집으로 올 수 있는 일을 찾아 이 것 저 것 안 가리고 다했다.
나는 남을 이해한다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