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 시작은 사랑이 아니었어도,
지금은 다르지 않은가?
토끼 같은 아들 딸이 우리만 보고 있지 않는가?
남자 여자 이전에 우리는 부모가 아닌가 말이다.
그녀, 정화는 자기 인생이 불쌍하다며 자기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나는 잠시 그녀를 놓아주기로 했다.
"그래 - - 살고 싶은대로 살아 봐. 하지만 꼭 제자리로 돌아 와야되. 넌 엄마고 우린 부부잖아 - -"
그녀는 매일 외출을 했고 매일 밤 술을 먹었다.
자기는 얼굴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 - 당신이 그랬으니 당신이 고쳐내라고 - - 날마다 성화였다.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서 두 번 수술을 했다.
상처가 깊고 오래 되서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또 다시 월세 방 신세였다.
그녀는 파운데이션 한 통이 일 주일도 못 간다고 투덜댔다.
나는 산다는 일이 얼음판 위를 걷는 것 마냥 위태위태 조바심이 일었다.
다른 이들은 다 행복하게 사는 걸까?
이런 걱정이나 끌어안고 사는 자신이 불쌍하고 초라했다.
사람들이 말하길 집집이 걱정 없이 사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 - 하지만 이건 아니었다.
일이 많아 그 날따라 늦게 퇴근해서 돌아오니 집이 아수라장이었다. 살림살이가 제자리에 있는 것이 없었다. 그녀가 며칠째 살림에서 손을 놔버린 것이다. 엄마 없는 집에서 꼬질꼬질한 아이들이 배가 고팠던지 식은 밥 한 그릇을 나눠 먹고 있었다.
나는 나대로 열이 머리끝까지 뻗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