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 그날 이후로,
난 폭력 남편이 됐다.
지내기는 훨씬 수월했다.
집 안은 반짝였고 아이들도 깨끗해졌다.
가슴 한 가운데가 시려왔지만 이것이 최선이라 스스로 위로했다.
우린 다시 새우잠을 잤고, 난 인생의 허망함을 느끼고 쓸쓸해졌다.
어느 날부터인가 다시 그녀의 외출이 시작되었다.
집안 살림도 깔끔하고 변한 건 없었지만 그녀는 변하고 있었다.
그 옛날 비루했던 시절, 첫 사랑이란다.
어이가 없어서 헛 웃음이 나왔다. 한바탕 소동이 지난 후 말했다.
"난 모르겠지만 니가 그것만이 살 이유라고 생각한다면 가라 - - 보내 줄께. 대신 다시는 이쪽으로 돌아보지마라 - - 넌 남편도 자식도 없는 여자다. 장 정화"
순한 딸은 10살때부터 살림을 했다.
야무지고 깔끔한게 애교도 많았다. 도대체 누굴 닮았길래 - - 눈부터 웃는 모습에서 정화가 있었다. 먹먹한 통증이 가슴을 지나갔다.
난 매사에 시들해졌다. 좋은 일도 싫은 일도 없었다.
잠이 오지 않는 날이 점점 많아졌다. 애들 눈치를 살피며 술병을 감추고 매일 마셨다.
그녀가 술 마시던 때가 떠올랐다.
술병을 뺏을 생각만 했었지 같이 마셔 볼 생각은 못했다.
'무슨 심정으로 술을 마셨을까? 나처럼 답답했을까?'
그 속내가 궁금해지면서 잠깐 후회가 지나갔다.
숨겨 놓은 술병을 찾아 들고 딸아이가 폭풍 잔소리다.
"아빠 - - 쫌- - 아빠까지 왜 이래 - -"
아들 녀석은 대놓고 나를 무시하는 눈치다. 아예 피해 다닌다. 안 보겠다는거다.
'그래 - - 다 못 마땅하겠지 - - '
바람처럼 먼지처럼, 5년 세월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