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먼 사랑

by 김정욱

7-10. 어느 날,


딸애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불쌍한 사람 있으면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도와주고 싶은 사람 있다고 - -


그렇게 그녀가 돌아왔다.

용서니 뭐니 그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

안쓰럽고 불쌍했다. 또 다른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우리는 예의바른 이웃처럼 지냈다.

이상하게 내 마음도 담담해져 이제는 '나만 바라 봐. 이것만 해- -' 그러고 싶지 않았다.

옛날처럼 날 선 감정에 휘둘리고 상처받고, 상처주고 싶지 않았다.

그저 평화롭게 네 식구가 한 지붕 아래 잠 들고 싶을 뿐.


그녀가 아팠다. 속 병이라 했다.

아이들이 없는 시간이라 하는 수 없이 내가 나서야 했다.

그녀를 부축하고 가까이에서 눈을 보며 얘기하고 - - 난 속 마음이 떨렸다.

두 번 다시 사랑이고, 미움이고 그런 감정 따위에 놀아나지 않겠다고 스스로에 다짐했는데 - -


그 해 년말, 딸아이가 소원이라며 가족사진을 찍자고 했다.

그 사진을 남기고 그녀는 또 떠났다.

출가한 어린시절 동무에게 간다며 주소도 남겼다.

찾아오려면 오라는 거야 뭐야! 이럴 줄 알았어. 쓴 배신감을 조용히 삼켰다.


"아빠가 엄마를 무시하고 모른체하고 그러니까 - - 엄마가 또 간거야 - - 아빠 때문이야 - -"


딸아이가 소리치며 울었다.

이젠 아이들도 내게서 멀어졌다.


아들 녀석은 군대를 제대하고 집으로 오지 않았다.

딸은 직장생활에 저 만의 시간 속에서 바쁘게 지냈다.


난 홀로 외로운 섬이 되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먼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