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0. 난 간간히 화물배달 일을 하며,
쉬는 날에는 술을 먹고, 노름도 하고 제멋대로 지냈다.
내게는 잘 살아야 할 어떠한 명분도 남아 있지 않았다.
딸아이는 저에게 꼭 맞는 사람과 결혼을 했다. 정 많고 따뜻한 사람이라 했다.
아들은 나이가 두 살이 많은 아가씨랑 결혼했다.
'착해. 아주 착해 - -' 아들은 그 말만 했다.
내 나이 60을 넘었다. 무절제한 생활로 여기저기 탈이 났다.
내게는 오늘도, 내일도, 그 날이 그 날이다.
내 평생을 돌아봐도, 앞 날을 생각해도 내 인생은 그저 삭막한 모래바람 뿐.
부모님이 돌아가신 날까지 부모 가슴에 대 못을 박던 못난 자식이었다.
이제, 아픈 것도 귀찮고 그냥 빨리 조용하게 죽고 싶었다.
눈을 뜨면 배가 고파지는 것도 귀찮고, 씻는 것도, 사는 것도 다 싫어졌다.
합병증으로 다리 수술을 했다.
그녀가 돌아왔다.
머리가 하얗게 변해버린 그녀가 온화하고 맑은 얼굴로 나타났다.
난 잘 살지 못했는데, 그녀는 잘 살았나 싶어 심술이 났다.
왜 왔냐고 묻지 않았다. 언제 갈거냐고 묻지 않았다.
"배고파 - - 뭣 좀 만들어 봐 - -"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뭔가 안심이 되는 기분이 되어 살포시 잠이 들었다.
나는 날마다 속으로 그녀에게 할 말을 연습했다.
'이젠 아무데도 가지 마 - - 제발 - -'
그녀가 누군가와 소곤소곤 전화하는 중에도 뭔가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딸아이에게 부탁해서 출가한 엄마 친구를 만나고 오게 했다.
그녀는 암 말기, 치료를 중단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