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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여자

by 김정욱

5-14. 어른들은,


좋은 친구가 아니라고 옥빈이와 가까이 하지 말라고 했다.

민자는 왠지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옥빈이가 두렵기도 했다. 어쩐지 그 애가 말하는 것들은 모두 정답 같았고 반박할 여지가 없어 보였다.

소심했던 민자는 언제나 옥빈 앞에 서면 주눅이 들었다. 그 기분이 좋은 것만은 아니어서 옥빈과 같이 드센 기운을 지닌 사람들을 경계하며 살게 되었다.


중학교 때 민자는 가출을 한 번 했다.

민자 혼자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소영이라는 짝인데, 착한 친구였다. 여기에서 착하다는 건 친구의 말을 잘 들어주고 '그래, 그럼 그러자- -' 상대의 의견을 잘 따라주는 친구였다. 그런데 그 친구가 아버지와 새어머니와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친엄마의 주소를 알았다며 찾아가겠다고 했다. 대전역 근처 어디였는데, 소영이는 이미 계획을 다 세우고 있었다.


심정적으로 이미 그 아이의 입장에 동화된 민자는 자신이 왜 가야하는지 생각 해 보지 않은 채, 그 아이를 따라 나섰다. 혼자라면 실행에 옮기지 못하겠지만 민자의 손을 잡고는 소영은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부모님께 친구를 따라 어디어디를 간다고, 나중에 돈을 많이 벌면 돌아오겠다는 이상한 편지를 남겼다.

하루만에 아빠 손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 온 민자는, 부모님께 넌 생각이 없는 아이냐고 심하게 꾸중을 들었다.


친구 따라 강남을 가더라도 왜 가는지 알고, 갈 목적이 분명할 때 가는 거라는 훈계를 듣고 또 들었다.

잠시 지나고 보니 스스로도 어처구니 없는 해프닝이 되었다.


민자는 이번일로 '감정 이입이 잘 되는 쉬운 사람이 되지 말자'는 시시한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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