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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

by 김정욱

2-12. 하기야 뭐,


언제부터 손님이 '왕'이었나?

그럼, 이 어르신을 도착 10시부터 줄곧 신경쓰고 있는 나는 누구?

은행 위 카페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 23살. 나 정이.

대학을 1년 다니고 휴학. 이 일, 저 일, 전전하는 프리터가 되었다.

원래 꿈은 이랬다. 공무원이 되서 평생 돈 걱정 없이 사는 것. 돈이 모이면 이리 저리 여행 다니고. 그냥 넓은 세상을 원 없이 다니고 싶었다. 부자가 되고 싶은 맘은 없다. 적게 벌고 적게 쓰는 건 자신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단순하고 소박한 꿈이다.


대학을 입학하고 그 해 여름, 엄마의 암 수술.

엄마가 일상생활만 겨우 할 수 있게 되자 누구든 돈벌이에 나서야 했다.

남동생은 아직 고등학생. 당연하게 정이는 휴학을 하고, 돈이 되는 일을 찾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숨가쁘게 살고 있다. 엄마는 늦게라도 다시 공부를 하라고 했지만 그깟 공부에는 미련이 없다. 속으로는 '공무원 시험'이야 학원 다니면서 해도 되니까 - - 생각을 하긴했다.

하지만 하루도 쉬지 않고 돈을 벌어도 늘 형편은 빠듯하고, 하는 수 없이 동생이 빨리 커서 철이 들고 돈벌이를 할 수 있을때까지 버티는 수 밖에 없다는 결론.


미안해하는 엄마에게도 다정한 말이 나가지 않고 웬일인지 짜증만 늘어가는 요즘.

어제부터 은행입구에 나타난 어르신이 눈에 들어왔다.


'누구라도 - - 한 개라도 - - 사 주길 - - '


어제도 한 개도 못 팔았다.

15켤레 운동화가 그대로. 오늘도 15켤레 그대로.

정이는 가까이 다가가서 자신이라도 발에 맞는 것이 있으면 사야겠다는 맘이 들다가도 웬일인지 썩 나서게 되질 않았다.


'세상에 - - 자신보다 형편이 더 안좋은 사람이 있다니 - - '


어르신이 자꾸 맘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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