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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

by 김정욱

4-12. "어? 한 개 파셨어요?"


어르신이 정이를 보고 희미하게 웃었다.


"어제 - - 웬 아짐씨가 한 개 팔아줬구먼 - - "

"아 - - 예 - - 하하 - - 잘 됬네요 - - "


오후 3시쯤. 밀크티 한 잔을 들고 어르신께 갔다.

그 때 마침, 지나던 오십대쯤 보이는 아저씨가 운동화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270 있어요?"

"찾아보슈 - - 없으면 낼 갖다주겠소 - - "

"내일 또 나오란 말이요?"

"그럼, 어쩌겠소?"

"아 - - 내일 마침 병원에 나올일 있으니 다시 오리다. 270 꼭 갖다노슈 - - "


옆에 있던 정이는 조마조마 지켜봤다.


"집에 운동화가 많은가봐요?"

"270이 있을랑가 모르겄네 - - "


어르신은 당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시는 스타일.

들고 간 밀크티를 한사코 안 받으신다.


"난 공짜는 안 받소 - - "


기어코 어르신은 500원짜리 동전을 손에 놓아 주시며 밀크티를 받으셨다.


"할머니는 하루종일 뭐 하세요?"

"우리 할망구는 정신이 왔다갔다 혀 - - 그래두 살아있으니 고맙지 - - "

"아 - - 네 - - "


정이는 공연히 가슴이 저렸다.

난 젊기라도 하지 - - 어르신은 - - 이 연세에 무슨 고생인지 - -

오늘은 신발이 몇 개 팔렸다.

이 사람, 저 사람, 안 보는 듯, 보는 듯. 이웃 가게 사장들이 나선 모양. 길 건너 빵집 여 사장이 운동화 하나를 골라 사며 빵 몇 개를 주고 갔다. 잠시 실랑이가 있었지만 여사장이 이겼다. 카페사장도 쥬스 한 잔을 드리고 500원을 받았다.

안경집 직원 총각도 제일 큰 운동화를 골라갔다.


"앗 - 싸- - "


2층 카페에서 이 광경을 보던 정이는 불끈 주먹을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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