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순이는,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며느리에게 전화를 했다.
지금까지는 아들하고만 통화를 했는데, 손주가 보고 싶어 며느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 동훈이 잘 놀지? 할미가 보고 싶은데 한 번 올래? 할미가 가도 되고 - - "
조그맣게 며느리가 웃었다.
"제가 갈께요"
과연 손주는 너무너무 사랑스러웠다.
아들 며느리는 모르겠고 이젠 손주만 사랑하리라 생각했다.
이 천사 같은 순둥순둥 손주는 순이에게 웃음을, 기쁨을 주었다.
까칠해진 아들 얼굴을 보고도 이제 순이는 눈을 돌려야 했다.
주는 마음과 받는 마음이 같아야 한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고나 할까 - - 하지만 아직도 왜 잘 해 주고 싶은 마음을 참아야 하는지 잘 몰랐다.
둘째 손녀가 태어났다.
이상하게 쉬쉬하며 아이를 보여주지 않았다.
무언가 불길한 예감을 누르며 아들을 불렀다.
"엄마 - - 아이가 미숙아예요 - - 심장에 문제도 좀 있구 - - "
"음 - - 어 - - 그래? 수술하면 괜찮은거지?"
"그렇겠지?"
순이는 저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 큰 일이 아니라고 - -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고 - - 스스로 맘을 다잡았다. 그 정도야 요즘 세상에 일도 아니려니 하면서도 핼쓱해진 아들이 안쓰러웠다.
한편으로 지금 자신이 한 말이 아들에게 또 상처가 됐으려나 걱정이 되면서 지난 기억이 떠올라 씁쓸해졌다.
이토록 조심스러운 사이라니 - - 어쩐지 자연스럽지 못한 대화가 불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