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바보사랑

by 김정욱

6-9. 순이는,


산후에 좋은 한약을 지어 아들 집에 갔다.

마침 사부인이 집에 와 있어 약만 전해주고 그냥 돌아왔다.

아들 며느리가 한 발 더 멀어진 느낌이 들어 자꾸 발걸음이 휘청거렸다.

형제 많은 집에 맏며느리인 순이는 누구보다 맏며느리 고충을 잘 알았다.

아직은 서툴고 모자라지만 어떻게든 잘 가르치고 잘 이끌어 주고 싶었다.

하지만 며느리는 시가 식구들을 데면데면 거리를 두고 있었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야 할까 순이는 막막했다.

일 년 5번 제사, 2번 명절제사까지 순이는 애가 닳았다.

우선 서방님과 동서들에게 변명도 한 두 번이지, 낯이 서질 않았다.

아예 며느리는 항상 몸이 아픈 사람이 돼버렸다. 아들조차 집 안 행사에 혼자 참석하기 일쑤였다.

순이는 묵직한 가슴 통증을 느꼈다.


남이라면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 한바탕 속 시원히 드잡이라도 하겠지만 자식일이니 애만 태우고 속 만 상했다. 아래로 동생들이 줄줄이 세 명이나 있는데 맏이 노릇, 맏며느리 노릇 제대로 할까 싶은 마음에 근심만 깊어갔다.


이웃에 다정히 지내는 고부를 보면 순이는 가슴이 시리고 눈이 젖었다.


며느리가 아들을 낳았다.

순이는 그 간에 서운함도 잊고 너무 좋았다.

'이젠 됐다 - - '


무언가 자리 잡지 못하고 들떠있던 것들이 차분히 제자리로 내려 앉은 느낌, 안심이 되고 든든해졌다.

손주를 처음 안아 본 날은 너무 기뻐 밤새도록 잠이 오질 않았다.


아들도 웃고 며느리도 웃고, 우리 모두 웃는 행복한 날이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바보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