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5. 아내가 가고,
혼자 살림을 제대로 해 보려고 흉내 내느라 나름 애를 썼다. 아침에 일어나면 창을 열어 환기도 하고, 없는 먼지 털어가며 청소도 하고, 이불도 내다 말리고, 빨래도 손으로 썩썩 비벼 빨았다. 하루에 한 번 샤워도 하고 옷차림을 깨끗이 하려고 신경을 썼다. 바쁜 일 없이 부지런을 떨며 설쳐댔지만 곧 시들해 졌다.
동네에 재활용사업을 하는 고향 동생이 있다.
성정이 달라 나와는 맞지 않았지만 명희는 종종 그 동생을 집으로 불러 밥을 먹였다. 그 동생도 명희를 형수님 형수님하며 잘 따랐다. 안사람은 죽고 딸과 사위와 함께 사업을 했는데, 딸이 얹혀 살고 있는 모양새였다. 게으른 사위놈이 맘에 안 들어 속을 끓였는데 그때마다 내가 말했다.
"젊은 놈이 이런 일 하는 거 쉽지 않아. 차라리 나랑 하자"
"제 놈이 변변하면 걱정을 안 하지. 그렇다고 별 수도 없는 놈이 눈만 높아서 제 분수를 모르니. 에잇"
안사람이 가고 2년여를 직장에 다녔다. 별 재미도 없이 왔다 갔다 하다가 그것마저 그만뒀다. 명희가 병원을 다니면서도 쓰지 않고 알뜰하게 모아둔 돈이 있었다. 큰돈은 아니지만 큰놈 결혼비용, 작은놈 결혼비용, 내 생활비등이 따로 몫 지어져 있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쏘다녔다.
하루 종일 걷기도 했고 하루 종일 자기도 했다. 밥은 사먹기도 하고 굶기도 했다. 언제 목욕했는지 기억나지 않기도 했다. 옷이 더러워지면 그냥 버렸다. 이 세상에서 자신은 쓸모없는 쓰레기 같기도 했다. 저절로 죽었으면, 그냥 사라지고 싶었다.
"중만이냐? 밥 먹었냐?"
작은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고작 이 한마디였다. 좋은 식당에 가서 제대로 된 밥 한 번 먹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목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
"무슨 일이세요? 별 일 아니시면 나중에 다시 할께요. 누굴 좀 만나고 있어서"
시계를 보면서 언제쯤이 좋을 까 맘 졸이며 어렵게 전화를 했건만. 뚝 -
눈물이 맺혔다. 아- 내가 많이 약해졌구나. 정이 그리워서 아들놈에게 애걸을 하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