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내 앞의 생(길수 이야기)

by 김정욱

4-15. 명희 장례를 마치고,


작은아들과 마주 앉았다.

"어쩌실 거예요? 이제?

불끈 성질이 났다.

"뭘, 어째? 내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너나 잘 살아라"

아들놈은 입술을 깨물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했으나 퉁명스런 길수 반응에 입을 다물었다. 다정한 아이였다. 제 형이랑 매사 비교당하며 주눅 들어 어린 시절을 보냈다. 성정이 무르고 부드러워 맘에는 차지 않았으나 엇나가지 않고 착실하니 제 길을 가고 있다. 속으로는 대견하다 생각 하면서도 왜 겉으로는 그렇게 말이 나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어색하고 불편한 기운이랄까 한 번도 살갑게 말을 섞어 보지 않은 작은 아들과는 늘 이 모양이다.


애비가 돼 가지고 자식 놈 하나 품어 주지 못하고 이 무슨 못난 꼴일까 스스로 자책하지만 현실에 딱 부딪치면 또 이렇다.

큰 아들은 지금 미국을 떠나 아이슬란드에 가 있단다. 교포 지인을 따라 그곳에서 무슨 아이티 사업인가 뭔가를 하고 있다는데, 제 어미 장례에도 비행기 편이 없어서 오지 못했다.


'아 ㅡ 그래 그 먼 나라는 왜 가 있는 겐가! 오고 싶어도 오지도 못하는데! 제 어미 장례에도 오지 못하는 불효막심, 호랑말코 같은 놈, 에잇!'

나는 입이 썼다. 한국에 들어와 살면 좋으련만. 남들처럼 결혼도 하고 자식도 키우면서 그렇게 살면 좀 좋아. 생각할수록 섭섭하고 서운했다.

아직까지 자신의 맘 속에는 큰 놈이 떡하니 차지하고 있었다. 제 놈에게 걸었던 기대도 기대였지만 그놈이 장남이고 형 아닌가.


그 놈이 제대로 자리 잡고 형 구실을 해야 길수 자신도 왠지 떳떳해 질 것 같은데 이 부질없는 희망은 버리는 게 낫다 싶다가도 그래도 하는 기대를 버릴 수 없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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