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4. 문을 열자,
비에 젖고 초췌해진 그가 흠뻑 젖은 채로 들어섰다.
"어이구. 죄송합니다. 쉬시는데- - - - 여기 가까운 동네에 방을 얻어 놓고 있는데 안집 할머니가 아프셔서, 오늘 아침부터 밥을 못 먹었습니다. 가까운 식당도 없구"
연숙은 얼른 주방으로 들어섰다. 그냥 빨리 뭔가를 준비해서 먹여 보내고자 마음이 공연히 급해졌다. 그동안 장을 보지 않아 찌개거리도 마땅치 않았다.
꽁치통조림을 따고 김치를 쏟아 붓고 고춧가루를 듬뿍 넣어 얼큰해 보이는 찌개 한 냄비를 끓였다.
찌개 냄새를 맡자 그녀는 단번에 침이 고였다. 그녀는 얼른 자기 몫으로 한 그릇 떠놓고 새로 지은 밥과 찌개를 쟁반에 옮겨 담으며, 무언가 뭉클한 것이 가슴에 차오르는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오롯이 한 사람을 위해, 새로 밥을 하고 찌개를 끓이고 상차림을 한 게 얼마만이던가?
눈물이 날 것 같은 알 수 없는 기분이 되었지만 고개를 흔들어 털어냈다.
"드세요"
조그맣게 입 속으로만 삼키며 연숙은 얼른 돌아섰다.
주방으로 돌아와 선채로 찌개 한 숟깔을 입에 넣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흑 - 하고 눈물을 떨구었다. 도무지 영문도 없이 서러운 눈물이었다.
꾹꾹-- 통곡으로 삐져나오는 울음을 누르며 한참을 주방 바닥에 쪼그려 앉았다.
"잘 먹고 갑니다"
그가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식탁에 만원 한장이 놓여있었다. 왜 거스름돈도 챙겨 가지 않았을까?
'나중에 주면 되지 뭐' 잠시 두서없이 생각을 하다가 한편으로 눈물이 들키지 않아 다행이라 안심을 했다.
그렇게 처음에는 몰랐으나, 그가 그녀 눈 안으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