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4. 돌아 온 연숙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 아이들이 필요한 건 엄마가 아니라 돈이야. 어리지도 않은 애들이잖아'
하지만 온 몸으로 묵직하게 가라앉은 통증은 그녀를 힘들게 했다.
때 없이 비바람이 불었다.
초가을 태풍이라 했던가. 과일이, 채소들이, 한 해 농사가 다 망쳐진다고 뉴스마다 떠들었다.
세찬 비바람으로 공사는 다음 달 초순까지 일 주일간 중단됐다.
인부들도 고향으로, 집으로 모두들 떠났다. 사촌 언니도 경기도 광주에 사는 아들네로 떠났다. 손자
보고, 아들도 보고, 몸도 쉴 겸 겸사겸사, 태풍이 오는 날이 휴가였다.
혼자 남은 연숙은 오랜만에 호젓해졌다.
부실한 집이나마 돌아가며 창문이며, 문이며 꼭꼭 닫아 걸었다.
이 오랜만의 고요. 평화. 그녀야말로 일상에서 놓여난 진정한 휴가였다. 이 시간이 길었으면. 태풍이 계속계속 불었으면, 이 상황에 부질없는 기대라니 .. .
그렇게 사흘 쯤 지난 어느 날 늦은 저녁.
그 날도 비와 바람이 섞여 불다, 따로 불다 어수선하고 소란스런 날씨였다.
"쿵쿵쿵 - -"
분명히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누구세요?"
무섭기도 하고 귀찮기도 한 불청객이었다.
"아주머니. 접니다. 진 목수"
"예? 누구시라구요?"
"진 목수입니다"
"그런데요. 웬일로- - -?"
"밥 좀 주세요"
"저- - --밥이 없는데. 다른데서 드시면 안 될까요?"
"그냥 밥만 주시면 됩니다. 먹을데가 없네요 - -"
기억이 났다. 또렷이 서울 말씨를 쓰던 늙스구레 하지만 점잖고 말이 없던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