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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by 김정욱

4-14. 연숙은 문득 정신이 들었다.


그녀 나이 마흔 여섯, 되는대로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길었다.

포기하기에 억울한 나이이기도 했다. 애들에게 부치는 돈을 빼고 다달이 돈을 조금씩이라도 모아갔다.


언젠가 이곳을 나가리라. 수렁처럼 보이는 이곳에서.


잠깐 정신을 놓으면 어쩐지 나락으로 곤두박질 칠 것만 같은 세월이었다.

외로운 사람, 화만 내는 사람, 욕을 달고 다니는 사람, 주변엔 온통 그런 인생들이 널려 있었다.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더니. 연숙의 눈에는 그들 모두가 눈물샘 하나씩 끌어안고 사는 불쌍한 중생들이었다. 그럴수록 그녀는 꼭꼭 마음을 여몄다. 웬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숫기도 없고 말 수도 없는 그녀는 식당에서 뚱- 아줌마로 불렸다. 웃음기 없는 그녀가 항상 뿔퉁해 있다고 붙여진 닉네임이었다.

밥 해주는 아줌마가 사근사근, 생글생글 하면 그들은 좋겠지만 그건 그들의 사정, 연숙은 모른체 했다.


"어이. 뚱아줌마. 여기 찌개하고 소주 둘"


반말로 뚝뚝 끊는 그들의 상스러운 말투에도 이제 마음이 다치지 않았다.

기약 없는 떠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연숙은 조금씩 지쳤다. 그럴때면 애들의 가믓없는 소식을 기다렸다. 딱 한 번, 애들한테로 다녀 온 연숙은 그때 큰 애가 내뱉은 무심한 말 한마디가 가슴에 사무쳤다.


"뭐 하러 오세요? 엄만 돈이 더 좋잖아. 돈 많이 버세요"


애들은 엄마가 어떻게 사는지, 어디에 사는지 궁금해 하지 않았다.


"엄마. 나 가방 하나 샀으면 - - -옷도 사야 되고- - - 알바 할 시간 없는데 그냥 공부만 하면 안 될까?"


부족한 생활비 때문에 일주일에 10시간씩 알바를 하고 있다는 수진은 때맞지 않게 어리광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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