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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by 김정욱

8-14. 딱 필요한 말만,


겨우 하고 지내는 연숙은, 그것도 큰 소리라니, 미친 듯이라니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고 싶은 말을 가슴으로만 입속으로만 하는 그녀를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다. 사촌 언니조차 가슴을 쳤다.


"이 답답아 - 다 털어버려. 속 시원히 다 버려버려 - - 다 내려 놓라구 - - -"


연숙은 자신이 수다스럽고 되바라진 여자였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도 가끔 했다. 그러면 살기가 훨씬 수월할지도 모르는데 - - - 사촌언니는 확 휘어잡은 아들 며느리 얘기를 신명나게 했다.


"그 애들이 왜 나한테 껌뻑 죽는지 아니? 내가 돈 자랑을 좀 했거든. 갈 때마다 살림 하나씩 바꿔주니까- - 하하- -- 하지만 사실 너한테 말이지만 나 돈 못 모았어"


그러거나 말거나 사촌언니는 당당하게 아들집으로 갔다.

연숙은 몸도 마음도 시렸다.

얼른 이 휴가가 끝났으면 싶었다. 그냥 사람이 그리웠다.


"톡톡 - -"


그가 돌아왔다.

말쑥한 모습이다. 젊은 애들 같이 차려 입은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아- - 집이란 - - -좋은데구나. 사람을 저리 윤기나게 할 수 있다니 - -'


"선물예요"


작은 꾸러미를 놓고 나가는 등 뒤에 "식사하러 오세요" 중얼거리듯 연숙은 말했다.

그가 뒤를 돌아보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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