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인생

by 김정욱

9-14. 연숙은 벽시계를 바라보았다.


'4시 40분' 저녁을 준비 하기에는 이른 시각이었지만 서둘렀다. 오늘 낼이면 사람들이 하나 둘 돌아올지 모르므로, 마음이 바빠졌다. 왠지 이 시간을 방해 받고 싶지 않았다.


"같이 먹지 않으면 나도 안 먹을랍니다 - -"


마지못해 그와 마주 앉았다.

그녀는 가슴이 쿵쿵- - 공연히 얼굴이 달아올랐다.

남의 남정네와 마주보며 둘만의 식사를 하다니, 그건 밥 이상의 그 무엇이었다.

연숙은 현기증을 느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아무것도 아냐. 아무것도 아닌거야 - -'


그 뒤로 그에 관한 말들이 귀안으로 흘러 들었다. 잘 나가던 큰 회사 부장이었다던가. 가족을 태우고 가던 휴가 길에 교통사고가 나서, 아들이 죽고, 부인은 우울증 환자가 되었으며, 고등학생이 된 딸애는 어머니가 키우고 있다는.

측은지심. 이심전심이던가? 연숙은 아련한 슬픔으로 밤을 지새웠다.

사촌언니가 말했다.


"너, 진 목수 좋아하니?"

"내가 뭘 어쨋다구?"

"그 사람만 보면 화들짝 놀래던 걸. 누구든 옆에서 보면 다 알겠더라"


그렇게 과실처럼, 그들의 사랑은 겉껍질부터 빨갛게 물들어 갔다.

정작 본인 둘은 아무일도 없고 조용한데, 오히려 소문이 더 빠르게 돌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