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5. 드디어 오늘 동네 노인정에도 입성을 했다.
힘 빠진 늙은이들이 흐리멍텅한 눈을 하고 내가 왕년에 어쩌고 하면서 침 튀기는 곳, 고집만 남아 걸핏하면 고성으로 쌈박질만 일어나는 곳, 친구를 만들고 싶어서 몇 번 기웃거리기만 하고 들어서지 못했던 곳. 두유박스를 사들고 오늘 신고식을 했다.
묘하게 그곳에도 서열이 있었다. 자식 놈들이 잘 나가는 순서대로 힘 있는 늙은이가 되어 입으로만 이것 해라 저것 해와라 심부름을 시켰다. 이도저도 모르쇠 하는 방관자가 있고 재바르게 왔다갔다 잘 움직이는 늙은이가 있었다. 돈 많은 자식 놈들이 제때 제때 들여 놓은 간식거리가 쌓여 있어도 그 주인 늙은이가 먹자 해야만 먹을 수가 있었다.
나는 상관하지 않고 갈 때마다 빵이며 음료며 과일들을 사 날랐다. 몇 명을 빼 놓고 늙은이들은 나를 반겼다. 이리저리 다니다 보니 말주변도 생겨 주저리주저리 쓸데없는 말을 잘 지껄이기도 하지만 나이가 어려 막내였기 때문이다.
"길수 동상"
들어서기 무섭게 여기저기 반기는 목소리다.
민수 형님, 이곳에서 만난 형님이다. 자식들이 전부 이민을 갔단다. 처음엔 큰 놈이 먼저 갔는데 몇 년 지나 동생 둘도 불러 들였다. 공부를 제법 하던 큰 놈은 대학 졸업하고 한동안 자리를 못 잡다가 미국으로 건너갔는데 지금은 먹고 살만 한 거 같다고. 동생들도 불러들이고 자신도 들어오라는 걸 자신이 안가고 있다고. 지금은 형편이 어려운 여동생네를 불러 같이 살고 있다고 했다. 저만의 사정이 다 있겠지만 그 형님도 몹시 외로움을 탔다. 집을 팔아 시골에서 텃밭이나 가꾸며 살고 싶다고 했다. 문제는 같이 살고 있는 동생네가 형편이 좋지 않아 큰 조카 놈이 취직할 때만 기다린단다.
두 사람은 가끔 술자리도 갖고 저녁도 같이 먹었다. 헤어질 때면 민수 형님은 집에 들어가는 것이 고역스럽다고 했다. 처음엔 남편도 없이 혼자 지내는 여동생이 안쓰러워 불러 들였건만 고마워하고 감지덕지 하던 맘은 사라지고 어쩐지 자기가 군식구가 된 느낌이란다. 조카 둘 하고 한 집에서 지내기는 하는데 데면데면 하기가 이웃집 늙은이 보는 듯 하고, 맘 상하기도 싫고 해서 그냥 덮어 두었는데 제일 어려운 게 사람 교육이라고 했다.
"하기야 그런 건 학교에서도 안 가르치고 부모도 안 가르치니까요"
내가 말 같지도 않은 말로 위로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