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의 리듬 — 같은 하루가 다르게 편집될 때
모든 것은 마음 먹기 나름이다. 이 말을 실천하려 해 본 이라면 알겠지만 마음을 달리 먹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마음을 달리 먹어도 곰팡이 핀 낡은 집은 낡은 집이고, 남들이 천히 보는 내 직업은 여전히 천한 것 같다. 계속해서 일깨우며 좋은 쪽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노력이다. 퍼펙트 데이즈. 완벽한 날들. 이 제목은 히라야마의 삶이 실제로 완벽하다는 것이 아니라, 완벽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이름이다.
한줄정리 : 도쿄의 공중화장실 청소부 히라야마가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는 이야기.
주인공 히라야마는 계속해서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간다. 빔 벤더스는 이 반복을 편집으로 설계한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음악을 틀고, 같은 길을 달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같은 장면이 지루하지 않다. 카메라가 매번 조금씩 다른 것을 잡기 때문이다. 어제와 같은 하루지만 오늘의 빛이 다르고, 어제와 같은 나무지만 오늘의 그림자가 다르다. 같은 하루가 다르게 편집될 때, 반복은 단조로움이 아닌 리듬이 된다.
그의 집을 들여다보면 모든 것이 정갈하다. 심지어 시계나 열쇠 같은 것들도 마찬가지다. 히라야마는 매일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다. 그런 것들은 히라야마가 자신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처럼 느껴진다. 반복은 그에게 선택이 아닌 생존의 방식인 것이다.
여동생이 등장하기 전까지 관객들은 단순히 히라야마의 반복되는 일상을 '소박하지만 행복한 삶' 정도로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여동생이 탄 고급 차와 히라야마가 좋아했다던 초콜릿을 통해 히라야마가 사실 상류층의 인물이었고, 아버지와의 불화로 인해 현재의 삶을 살게 되었음을 알게 된다. 그 진실을 알게 된 뒤에 보는 히라야마의 일상은 그저 아름답게만 보이지 않는다.
히라야마의 삶은 그림자의 삶이다. 낡은 집에 살며 그림자처럼 공중화장실을 청소하는 삶. 그래서인지 히라야마의 꿈은 흑백이다. 히라야마가 매일같이 찍는 코모레비처럼.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코모레비가 아름다운 이유는 틈 사이의 빛 때문만은 아니다. 검게 보이는 나뭇잎과 나뭇가지, 그리고 벽에 드리워진 그림자 역시 아름답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지겨운 일상을 유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 안에서 매일 조금씩 다른 빛을 찾는 것. 그것이 히라야마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같은 장면이 다르게 읽히는 방식은 〈괴물〉을 떠올리게 한다. 그 영화에서도 같은 사건이 시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퍼펙트 데이즈〉는 더 조용하다. 시점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알게 되는 것이 늘어나면서 같은 장면의 의미가 달라진다. 편집이 아닌 정보가 리듬을 바꾸는 방식.
매일같이 반복되는 지겨운 일상이 가끔 우리를 지켜준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것을 깨달을 때는, 우리의 일상이 어긋나기 시작할 때다.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 경제적인 위기 같은 것들로 쉽게 위협당하는 일상은 뒤틀리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는다.
웃어야 복이 온다는 말, 아무 짝에도 쓸모 없게 느껴지지만 나는 그 말을 믿는다. 모든 것은 자세히 들여다 봐야 예쁘다. 웃고, 예쁘다고 생각하면 언젠가 생각이 그것을 바꾼다. 믿는 것의 힘, 그것은 믿으려 해 본 자만 안다.
영화의 마지막, 히라야마는 눈에 눈물이 고여 있는 채로 웃는다. 그의 웃음은 살아가기 위한 노력처럼 보였다. 일상의 무너짐은 곧 자신의 무너짐이 될 테니까. 그러나 나는 히라야마가 단순히 자신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강박적으로 살았다고만은 느껴지지 않았다. 억지로 의미를 찾으려 고개를 든 하늘에서, 분명 히라야마는 언뜻일지라도 행복을 느꼈음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의 일상은 어쨌든, 퍼펙트 데이즈다.
당신의 오늘은 어제와 무엇이 달랐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