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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국을 마시며

오늘의 할일. 일단 알바부터 가자.

by 맹그리


인스타그램 사진 비율이 4대 3으로 개편됐다는 소식에 오랜만에 내 계정에 접속했다. 사각 프레임 안에 이십 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보낸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보기 좋게 정렬되어 있었다.


함께 만든 하얀 눈사람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아이들

육아에 지친 더운 여름날, 호프집 야장에서 먹었던 그해의 첫 생맥주

둘째 아이가 삑삑 소리 나는 빨간 운동화를 신고 내게 걸어오던 첫 순간

케이블카를 타고 초록색으로 우거진 숲을 보며 산 정상으로 향하던 날까지


4대 3의 네모난 사진으로 남은 내 시선 속에는 다채로울 만큼 많은 색이 담겨있었다.


전날 먹다 남은 콩나물국으로 다음 날 아침 한 끼를 때울 때였나.

허연 콩나물국을 보며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은. 감당하지 못하고 남은 ‘밋밋한 하루’가 매일매일 꾸역꾸역 이어지고 있구나. 하는 그런 맥 없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눈이 어지러울 만큼 수많은 색을 곁에 두고도 나는 어떤 색을 갖지 못해 삶을 밋밋하게 여겼던 것일까.

깊고 질긴 깜깜한 불안과 우울은 무엇들을 덮어 버린 것일까.


마음을 고르듯 사진들을 하나씩 살펴보며 엉뚱한 선망에 쫒겨 내 곁의 놓인 색의 소중함을 잃지 말아야겠다고 홀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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