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할 일. 감사의 마음 전하기
‘오늘은 뭐를 쓰지?’
둘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킨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 주머니를 뒤지듯 머릿속을 뒤져보았다. 역시나 아무것도 없다. 쓰기는 뛰어난 관찰력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어느 작가님의 말을 떠올리며 주변을 둘러본다. 하지만, 영하 12도. 길에 있는 사람은 나 혼자뿐이다. (나도 등원이 아니었으면 절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뭐를 쓰지, 뭐를 쓰지….’
집으로 돌아와 이불을 정리하고, 청소기를 돌리고, 설거지하며 고민해 보지만, 끝끝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오늘도 텄구나’ 싶은 생각이 들자 기다렸다는 듯이 ‘누가 시켰어? 사서 고생하네’, ‘뭣도 없으면서 뭘 쓴데?’와 여러 불편한 생각이 찾아왔다. 도파민을 찾아 핸드폰을 손에 쥐었다. 휴대폰 화면 위로 알람이 떴다.
[OOO님이 “그런 나 VS 그렇지 않은 나” 글을 라이킷했습니다]
어제 올린 글에 누군가 하트를 눌렀다는 메시지였다. 알맹이 없이 우울함만 치덕치덕 발라놓은 쓸모없는 글이었다.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 글이 마치 내 마음인 것처럼 느껴졌다. 나도 보기 싫어 구석으로 밀어 버린 마음을 누군가가 지나치지 않고, 머무르며 ‘그랬었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여 준 것만 같았다.
그리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저학년 때 칭찬과 격려의 의미로 주는 글짓기상 말고는 글과 관련한 상은 전무후무하다. (물론, 다른 것도….) 브런치 심사는 세 번이나 떨어졌고, 굳은 결심 후 쓰기 시작한 웹소설은 채 5화를 넘기지 못하고 계속 그 자리에 멈춰있는 상태다. 브런치는 말할 것도 없고, 인스타에 올리는 짤막한 글도 어쩔 땐 하루 반나절을 끙끙거려야 할 만큼 쓰는 것에 도무지 재능도 요령도 뭣도 없는 내가 애를 쓰는 이유. 이것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고맙습니다.
지나치지 않고 잠시 머물러 주셔서
덕분에 힘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