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할 일. 실망은 여기까지!
한 달 조금 모자라게 준비했던 공모전의 결과가 발표됐다.
발표 날은 가족들과 경주 여행 중이었다. 발표 시간도 늦어 종일 공모전 생각을 달고 다니며 경주 시내를 구경했다. 저녁 시간, 어렵게 찾아간 맛집에 자리를 잡고 앉자 발표 시간이 되었다.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며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밥 먹고 볼까? 지금 볼까? 지금 보면 밥맛 떨어질 것 같은데. 어쩌지.’
고민하다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접속자 증가 탓인지 쪼는 맛을 아는 것인지 게시글은 복권을 동전으로 긁을때마다 한 자리씩 보이는 숫자처럼 더디게 떴다. 결과는 제목처럼 똑 떨어졌다. 하하. 수상작에 내 이름은 없었고. 떨어질 줄 알았던 밥맛은 기우였다. 진짜 맛집이었는지 밥 한 공기를 싹싹 긁어먹었다.
예상한 결과였지만, 속이 쓰리지 않은 건 아니다. 미세먼지 같은 크기라도 기대는 기대이니까. 집으로 돌아와 바탕화면 맨 가운데에 있던 공모작 파일을 폴더 속으로 넣어버렸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처박았다.)
일주일이 흐른 오늘, 그 파일을 다시 열어보았다.
“으….”
“… 하, 뭔 정신으로 쓴 거야?”
스크롤을 내릴수록 부끄러움과 민망함이 뒤섞여 몰려왔다. 도입부에서 중간까지는 의도했던 대로 흘러갔다. 그러나 그 뒤가 엉망이었다. ‘이게 최선이었니?’ 자문할 만큼 엉성한 사건 마무리와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음에도 얘도 쟤도 모두 한 사람 같은 대사까지…. 퇴고할 때 보이지 않던 문제점들이 여실하게 드러났다. 내 이야기는 질어진 반죽처럼 탄력 없이 늘어져 구멍이 숭숭 뚫려있었다.
창을 닫아버리려 하다 공모작을 준비하며 보낸 여러 밤을 떠올렸다. 같은 자리를 맴도는 이야기에 머리를 쥐어짜던 그 밤. ‘상금 받으면 고생한 우리 엄마 용돈도 주고, 남편 코도 납작하게 눌러줘야지. 고생했다. 열음아.’ 하고 다독거리며 잠을 이겨냈던 그 밤. [보내기] 버튼에 커서를 올려놓고, 기도와 함께 차분하게 숨을 고르던 그 밤까지.
창을 닫는 대신 글이 모두 끝난 마침표 아래 빨간색으로 덧붙여 적었다.
[보완사항]
1. 뒷심부족. 에너지 분배 잘하기
2. 각각의 인물들 좀 더 입체적으로 구상 및 다듬기
3. 결말 다시 다듬기
비록 공모전에는 떨어졌지만, 나는 평생 기억할 그 밤들을 얻었다. 그 밤들은 또 다른 밤들을 버티게 할 힘이 될 것이라는 걸 믿기에 실망은 여기까지만 하겠다는. 그런 다짐이 똑 떨어진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