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당신의 초능력은 무엇인가요?

by 맹그리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둘째는 요즘 한글을 익히느라 바쁘다. 학습을 시작하는 연령이 갈수록 더 어려지고 있는 추세다. 둘째만큼은 세상의 속도가 아닌 아이의 속도에 맞춰 시작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다섯 살 터울인 첫째를 키울 때 유난을 떨며 아이를 고생시켰던 기억이 지금까지도 두고두고 후회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아이고, 머리야.”

요즘 내가 매일 하는 말이다.


한글을 빨리 익혔던 첫째를 떠올리며 내심 느긋하게 먹었던 마음에 불이 떨어졌다. 하나를 가르치면 셋을 알았던 첫째와 달리 둘째는 하나만을 가르치는 데도 츄잉캔디를 까서 먹듯 홀랑 까먹어 버렸다. 방금 전까지 익혔던 글자를 까먹었을 땐 절망스러운 표정을 짓던 남편과 눈이 마주쳤다.


‘… 진, 진짜 바보 아냐?’


매월 달력을 넘기는 일이 세끼를 챙겨 먹는 일보다 더 쉽게 느껴질 만큼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2월이라고 하지만 얼마 남지 않았다. 어영부영하다 보면 곧 입학이다. 교실에 앉아 끙끙거리며 더듬더듬 한글을 읽고 있을 둘째의 모습만 떠올려도 잠이 달아난다. 조급해진 나는 매일 ‘엄마 괴물’로 변신 중이다.


지난 금요일은 한 달에 한 번 줌 수업으로 학습지 선생님과 만나는 날이었다. 짧은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이 둘째에게 물었다.


"우리는 모두 각자만의 초능력을 가진 히어로예요. 우리 땡땡이는 어떤 능력이 있어요?”

잠시 뜸을 들이던 아이가 작은 소리로 선생님께 말했다.

“… 기쁨이요.”

“기쁨? 우리 땡땡이는 모든 것에 기뻐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구나! 그렇지?”

둘째가 맞췄다는 듯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씩 웃었다.


모든 것에 기뻐하는, ‘기쁨’ 초능력이라니….

생각지도 못한 아이의 대답에 놀랐다.

나의 작은 히어로는 세상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서 찾아야 할 기쁨이 훨씬 더 많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걸까.


'그래, 잘 모르면 어떻고, 좀 느리면 어때. 인생에 있어 '기쁨'을 가진 히어로를 누가 쓰러트릴 수 있겠어.'

다른 이는 몰라도 조급함만 가진 엄마 괴물은 너에게 완벽히 패배했다. (윽-. 꼴까닥.)



KakaoTalk_20250210_145231686.jpg <어쩐지 조용하다 싶어 가보니 서랍 안에서 잠든 고단한 히어로 >


keyword
작가의 이전글똑! 하고 떨어진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