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을 잃어버렸다. 단기 알바를 하기 위해 찾아간 곳에서 말이다. 팔십만 원짜리 핸드폰을 내어주고, 십만 원을 벌었다. 하하.
잃어버린 건 난데 뭐가 그렇게 억울하고 서러운지.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 성에 낀 버스 창에 열이 오른 얼굴을 식히며 괜스레 울컥거리는 마음을 삼켰다. 억지로 삼킨 마음에 탈이 난 건지, 허리 한 번 제대로 피지 못하고 일해 근육통이 오는 건지 온몸이 아프다. 애쓰는 시간이 족족 사서 고생하는 일이 되고 있다.
임시방편으로 예전에 쓰던 휴대폰을 다시 연결했다.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는 22개. 그중 절반이 예전 직장과 관련된 연락처였다. 이제는 필요가 없어진 전화번호를 모두 삭제하니 다섯 손가락 접을 수 있는 친구들과 가족들 번호만 남았다. “휴대폰을 잃어버려서요….” 하며 사정을 말하고, 다시 번호를 받기엔 새삼스러워 그만두었다. 시간의 공백이 생긴 관계를 이어 쓰는 것보다 마음을 정리하는 게 훨씬 힘이 덜 든다는 걸 아는 나이가 되었다.
내 삶에 통제감이 없다고 믿을 때, 사람들은 문제 상황에 압도되고 노력하기를 포기한다고 한다. 누락 없이 찾아오는 부침 앞에 노력은 점점 목적을 잃어가고, 패배감, 자기 연민 같은 감정이 밀려온다. 애쓰면 애쓸수록 꼬이는 상황에 무력해진다. 무엇인지도 모를 것을 내동댕이치고 싶다가도 꾹 참기로 했다. 대신, 더 밥 잘 챙겨 먹고, 더 잘 자고, 잘 일어나야지 하고 마음을 굳게 먹는다.
쉬이 힙쓸려가지 않도록, 딛고 선 두발이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내가 할 수 있는 건 나를 잘 돌보는 일 밖에는 없다는 알기에, 이 또한 지나간다는 걸 알기에 말이다.
그런 나이가 되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