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가게들
우리 동네엔 오래된 시장이 있다. 바쁜 아침,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끼기 위해 매일 같이 이 시장길을 지나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그런데 요즘, “임대문의”를 붙인 빈 가게들이 부쩍 눈에 많이 띈다. 텅 빈 가게를 보고 있으면, 그곳을 지키며 분주히 하루를 다듬고, 주무르며 움직였을 주인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 한구석이 애잔해진다.
어떤 경험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더 선명해진다.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던 카페의 사장으로부터 매장을 맡아 운영관리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여러 개의 카페를 운영 중이던 사장은 믿고 관리를 맡길 사람이 필요해 보였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겁이 났지만, 언젠간 내 카페를 열 때 도움이 될 것 같아 용기를 내어 수락했다. 그렇게 나는 작은 카페의 운영을 책임지는 매니저가 되었다.
10평도 안 되는 아담한 공간이었지만, 단골손님들로 늘 북적였다. 조용한 동네에 위치해 카페를 찾는 단골손님들 모두 연세가 많으셨다. 매일 같은 시간, 말쑥한 차림으로 커피를 사러 오시는 신사 같던 할아버지, 연세를 잊은 듯 서로에게 짓궂은 장난을 치며 오후 시간을 보내시던 삼총사 할아버지들, 커피 맛있게 먹었다며 가방에 넣어온 간식거리를 챙겨주시던 할머니까지.
혼자서 주문받고, 커피를 내리고, 토스트를 만들며 마감까지. 몸은 고됐지만, 손님들의 다정함에 기대 1년을 넘겼다.
그리고 얼마 뒤, 코로나가 터졌다. 감염병에 매우 취약한 어르신들은 물론, 거리에서 사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배달로 버텨보려 했지만, 결국 카페는 문을 닫았다.
22년 12월 27일. “그동안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란 안내문을 붙이는 것으로, 내 업무도 끝이 났다. 집기가 모두 빠진 가게는, 돌이킬 수 없는 시간 속에 나만 놔두고 야속하게 저 혼자만 처음으로 되돌아갔다.
‘내 가게도 아닌데 뭐….’ 애써 울컥거리는 마음을 누르며, 가게 안 모든 전원 스위치를 내렸다. 불이 꺼지고, 그 공간 안에 내려앉은 적막함을, 나는 아직 잊지 못한다.
여기저기서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불 꺼진 가게 앞을 지날 때마다 문을 닫던, 그날의 적막함이 다시금 밀려온다. 언젠가는 다시 불이 켜질 날이 오길 바라며 걸음을 뗀다. 지금도 어디선가 묵묵히 하루를 지켜내고 있을 모든 이들에게, 깊은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