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의 온도. 마흔 병인가 봐요.
글을 씀에 있어 내가 어떤 온도의 사람인지 아는 일이 중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 온도가 곧 내가 쓸 글의 온도가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말을 주머니 속에 넣은 조약돌처럼 만지작거리며 며칠을 보냈다.
나는 어떤 온도의 사람일까.
생각이 생각을 부르고, 불러온 생각이 또 다른 생각을 부른다.
그 끝에 몇 사람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머뭇거리게 할 만큼 뜨거웠던 적도, 선을 쉽게 넘을 만큼 미적지근했던 적도,
잠깐 마주친 시선만으로도 어깨를 움츠리게 할 만큼 서늘했던 적도 있었다.
그때 조금만 덜 뜨거웠다면, 조금만 더 따듯했더라면.
뜨거워야 할 때 차가웠고, 차가워야 할 때 뜨거웠던 순간들이 뒤섞인 내 후회는.
그래서, 언제나 적정 체온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중이다.
그래서일까.
거창하게 시작해서 결국 후회로 끝나는 나의 이야기는 항상 그 미적지근한 온도에서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