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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열음 May 01. 2024

딱복도 곪아요

조심히 만져주세요. 상처가 납니다.  


나는 천성이 아주 예민하고, 민감한 사람이다.

어릴 적에는 먹고, 자고, 입는 일에 그랬고, 다 커서는 먹고, 자고, 입는 것 뺀 모든 것에 그랬던 것 같다. 스치는 손길에도 쉽게 갈색멍이 드는 백도같이 지나가는 말 한마디에도 나는 쉽게 멍들고, 물러 터졌다.


곧 나이 마흔을 바라보는 백도는 이제 웬만한 일엔 끄떡도 않는 딱복(딱딱한 복숭아)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곪지 않는 것은 아니다. 딱복도 곪는다.


며칠 전 예고도 없이 나를 향해 돌진한 어떤 마음에 쿵 하고 세게 부딪치는 일이 있었다. 아무런 방어자세도 취하지 못한 채 그대로 들이 박힌 나는 점차 이성의 끊을 놓고 상대에게 엄청난 화를 쏟아부었다. 뜨거운 불이 꺼진 지금, 딱복은 자책 섞인 후회 속에서 곪아 가고 있는 중이다.


정말 화를 잘 내지 않는 편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타인에게 말이다. 성격이 좋거나 마음이 넓어서가 아니다. 먹어본 놈이 먹을 줄 안다는 말처럼 화도 내본 놈이 내는 거지. 크고, 작은 부침 안에서 늘 '예민한 나'를 탓하며 살아온 나는 타인을 향한 나의 화가 낯설고, 불편하다. 어떻게 그 감정을 다뤄야 할지를 잘 몰라 그냥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억지로 소화시켜 버린다. '화를 안 낸다' 보다 '못 낸다'는 것이 더 가까운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탓인지 나는 화를 건강하게 내지 못한다. 그리고 그런 표출방식은 나를 곪게 한다. 잔뜩 일그러진 표정, 가빠진 호흡, 입에서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는 날카로운 말들, 질문을 가장한 비난, 거부 섞인 한숨까지.  불같은 감정 위에서 널 뛰는 내 모습을 보며 상대방은 말한다.


" 그렇게까지.."

내가 말하고 싶은 불편한 이유는 사라지고, 날 것의 감정만 전한 것이다. (하아..)  


물론, 그때 내가 느낀 감정은 틀린 것도 옳지 못한 것도 아니었다. 내가 멍드는  뻔히 보면서도 하하 웃고 있을 만큼 바보는 니다. 그러나, 본질은 사라지고 이후에 에게 남은 감정이 후회와 자책뿐이라면 그건 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를 위해서 또 건강한 관계를 위해선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


내가 느낀 불편한 마음을 어떻게 건강하게 전할  을까. 여전히 나는 배워야   너무 많다.   


"서로 다치지 않는 건강한 방식으로 마음을
주고받고 싶어요.
그러니 조심히 만져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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