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주식시장의 폭등과 폭락은 비이성적일까?

주식시장에 대한 고찰

by 김민성

1. 비이성적인 주식시장, 그러나 누가 비이성적인가?

image.png 광란의 20년대. 순식간에 비관적으로 변하는 시장의 모습이 보인다.

주식시장은 가끔씩 비이성적인 랠리를 보인다. 오를 때는 장밋빛 세상이 영원할 것처럼 상승이 존재하지만, 내릴 때는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도망칠 기회를 주지도 않고 하락으로 접어든다. 그렇다면 시장이 잘못된 것일까?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움직임을 보이는 주식시장은 틀린걸까? 절대 그렇다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어느 누구도 주식시장에 맞서서 수익을 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시장은 그 어느 누구의 사정도 봐주지 않는다. 제시 리버모어가 말했듯 월스트리트(전체 주식시장을 의미한다)는 모든 정보가 모이는 깔때기 같은 곳이다. 개인의 의견은 그 깔때기 속에 들어가는 티끌 같은 존재이다. 그리고 시장은 빨리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 정신적으로 게으른 사람, 멍청한 사람들의 돈을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 옮기는 곳이다. 또한 그런 사람들은 영원하지 않다. 한순간의 방심이 자신의 돈을 뺏어가버릴 수도 있는 곳이다. 주식시장에 돈 버는 사람들이 결과적으로 소수인 것으로 보았을 때, 주식시장이 요구하는 인내심이 있고 부지런하며 똑똑한 사람은 우리가 생각하는 통상적인 그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도 아직까지 시장에 인생을 바친 정도로 시간을 많이 쓰진 않았지만, 주식시장이 요구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이라고 느낀다. 수많은 대가들 - 조지 소로스, 제시 리버모어, 앙드레 코스톨라니, 워런 버핏, 찰리 멍거.... - 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거시 경제나 재무제표에 대한 공부가 아니다. 그것은 단지 이 게임에 입장하기 위한 정말 기본적인 자격일 뿐이다. 그것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주식 시장에서 돈을 번다는 것은 마치 안대를 쓰고 고속도로에 운전하는 것과 같다. 그들이 얘기하는 것은 바로 스스로를 알아야한다는 것이다. 그 말 속에는 자신이 멍청해지진 않는지, 게을러진 건 아닌지, 빨리 부자가 되려고 과도한 욕심을 부리진 않는지 이런 것들이 포함된다.



2. 시장에 대한 물리적인 이해


지금부터는 전적으로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이 생각들이 주식시장을 이해하는데에 도움을 많이 줬기 때문에 적어도 나에겐 맞다고 생각한다. 비유적인 표현들이다.


시장은 물리적인 계이며, 열린 계이다. 인간의 감정, 욕망, 의지 등 예측하기 어려운 요인들과 금리, 유동성, 정치 등 외부의 지표들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은 엔트로피를 가지며, 이는 외부와의 에너지 교환과 연관이 있다.


시장의 엔트로피가 높은 단계는 다르게 말해 어떠한 명확한 합의가 없는 상태이다. 예를 들어 2023년으로 넘어가던 시기의 시장은 팬데믹 유동성의 영향이 적어지면서 보합을 보이던 단계였는데, 이때는 시장의 엔트로피가 높았다. 시장이 매집 시기에 있었는데, 명확한 이벤트가 부재했으며 시장을 밀어올릴 힘이 부족했기 때문에 시장의 불확실성이 컸다. 이때 시장은 전적으로 열린 계였으며, 시장에서 빠져나가는 돈과 시장으로 들어오는 돈이 균형을 이루던 시기였다. 다르게 말하자면, 외부에서 유입되는 에너지가 적은 시기이다.


시장의 엔트로피가 낮은 단계는 외부로부터의 에너지 유입이 큰 시기이다. 2023년 이후 시장의 무질서도는 낮아졌으며, 이런저런 이슈에도 불구하고 대세 상승 추세에 있었다. 그 이유는 시장 참여자들이 매수에 합의를 했기 때문이다. 이때 외부에서의 현금 유입이 계속되며 시장을 상승시켰다.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선 계의 내부로 끊임없이 에너지가 공급되어야한다.


주의해야할 부분은 하락에 관한 것이다. 하락도 엔트로피가 낮은 단계이다. 그 이유는 시장 참여자들이 매도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 외부와의 에너지 유출의 절댓값이 상당히 중요해진다. 만약 에너지 유출의 절댓값이 적다면 시장은 분산을 하면서 천천히 하락 추세를 그릴 것이다. 매도 물량을 천천히 소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외부와의 에너지 교환 절댓값이 커진다면 시장은 폭락을 겪게 된다.


따라서, 폭등을 한다고 해서 상황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그 이유는 시장은 항상 옳기 때문이다. 거품이 생긴다면 엔트로피가 극도로 낮아지며, 외부로의 에너지 유입이 이러한 엔트로피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 주목할 점은 엔트로피가 더 이상 낮아지지 못하며 에너지 유입이 줄어드는 시기이다. 엔트로피가 낮아진 상태에서 이를 유지할 에너지, 즉 현금의 흐름이 사라진다면 시장은 일시적으로 닫힌 계가 되고, 내부에 쌓인 에너지를 분출하며 엔트로피가 높아지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외부로 매우 빠르게 방출해버리기 때문이다. 이때 시장 전체는 매도라는 관점에 동의하며 엔트로피를 줄이게 되는데, 계 전체의 에너지가 외부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엔트로피가 줄어드는 것이 파괴적인 것이다. 폭락 때 의견이 통일되기 때문에 계 내부의 엔트로피는 줄어들지만, 전반적인 경제 전체로 확대했을 땐 시장에 과도하게 쏠린 에너지를 전반적으로 분산시키는, 엔트로피가 높아지는 과정에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절대 시장의 엔트로피를 예상하려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유동성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시장이 현재 어떤 수준의 무질서함을 가지는지 명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 유동성 지표와 수급은 과거의 데이터를 나타낸다. 다르게 말하자면 인간은 인식의 한계를 지니기 때문이다.



3. 주식시장에 대한 자세


우리가 집중해야하는 것은, 이러한 무질서도가 나타내는 현상 그 자체이다. 과거의 사례들을 공부하며 현상들이 나타내는 무질서도를 반대로 유추해내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나도 한동안 기술적 지표들과 PCE, PPI 등 수많은 지표들을 엮어서 시장을 읽어내려는 퀀트적인 시도를 해봤고, 또 실제로 돈을 걸어봤다. 여기서 느낀 점은 정말 과도하게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절대 세상은 과거에 기반해서 움직이지 않고 혁신과 희망, 절망 사이를 움직인다. 그런 것들이 정말로 지표에 의해서 설명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image.png 1987년의 폭락. 이때 새로운 대공황이 온다고 과도한 공매도를 했다가 파산한 사람이 많다. 차트만 봤을 때는 똑같긴 하지만, 그 기저에 흐르는 유동성과 심리는 아예 달랐다.

제시 리버모어가 말했듯, 월스트리트에 새로운 것은 없다. 그 말은 주식시장에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을 절대로 기술적 분석이나 차트로 연결지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거장들이 그러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가 아니라, 투자 시장의 거장들 중 기술적 분석으로 명망을 높인 사람은 없다. 또한 내 생각에는, 과최적화가 발생해 유연함을 떨어뜨린다. 주식시장에서는 끊임없이 배우고 스스로를 갈고 닦는 자세를 가져야 비이성적이라고 느껴지는 시장을 이성으로 극복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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