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기술, 전쟁, 그리고 무엇보다 심리
금리는 시장의 중력과도 같은 존재이다. 여기서 말하는 중력이란, 자산의 가격을 밑으로 잡아끄는 힘을 의미한다. 세상은 현금으로만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금보다 신용에 의한 유동성이 십수배가 될 것이다. 이러한 신용에 대한 차입 비용을 증가시키고 사람의 심리를 위축시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모든 자산의 상승을 저지한다.
트럼프가 약달러를 외쳤지만 약달러는 근본적으로 미국에게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일단 미국은 제조업 국가에서 첨단 산업 국가로 변화하고 있다. 다르게 말하자면 기술적/경제적 해자가 상당히 높다. 또 다르게 표현하자면 대체재가 없다는 것이다. 약달러를 유도해 굳이 이러한 산업에 대해 장기적으로 좋은 부분이 없다. 작년의 달러 약세는 전적으로 리쇼어링을 유도하고 단기적으로 차입 비용을 낮추기 위한 최선책이었다고 판단한다.
뿐만 아니라 약달러를 유도하기 위해 금리를 지속적으로 내린다면 장기 금리가 상승해서 미국의 전반적인 거시 경제 기조를 매우 약화시키게 된다. 장기 금리가 상승해서 모기지 금리가 상승하고 재무부의 차입 부담이 증가하며 국채 가격이 하락한다면, 단기적으로 금리 인하로 얻는 경기 부양이라는 카드를 위해 너무나 큰 희생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난 달러 인덱스가 95이하로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단기 국채 금리가 3.5% 이하로 하락하지 않는다는 것은 단기 국채를 더 이상 매도하지 않는다는 신호와 더불어 베어 스티프닝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오늘 미국-이란 간 전쟁이 발발하면서 시장의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6개월 가까이 외환 시장을 관찰하며 얻은 결론은 금리 인하는 이미 선반영 됐으며 현재 달러 인덱스의 90대 후반은 시장을 드라이브할 만한 두드러지는 요소가 없는 상황에서 타당한 수치라는 것이었다. 만약 달러 인덱스가 더 하락한다면 유로의 강세가 지속되어야하는데, 유로의 인플레이션이 약세에 접어들고 있고 독일 경제가 심각한 약세에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로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을 조금 더 피력하자면 정치적인 프리미엄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ECB 총재인 라가르드의 과거 행적은 유능한 금융가와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ECB는 현재 달러의 약세 기조 속에서 달러의 결제 구조를 비판하며 유로의 대체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것은 유로의 기축 통화로서의 지위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간주한다. 그러나 유로존을 이끌어가는 주요한 산업이 부재하거나 침체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생각은 절대적으로 정치적인 수사에 불과하다. 기술적으로도, 중개 딜러(dealer intermediary)들이 유로에 대한 역사적인 숏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큰 폭의 상승은 어렵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간다면 이번 중동 분쟁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재발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글로벌 시장은 팬데믹 때의 유동성 폭발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않은데 이것은 경제가 약세임에도 대부분의 중앙은행에서 인플레이션을 상당히 우려한다는 것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물론 인플레이션이 전적으로 팬데믹 유동성에서 비롯되진 않았지만, 아직까지 영향이 존재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현재 인플레이션은 수년 간 가장 낮은 원자재 가격에도 불구하고 높게 유지되고 있는데 전쟁으로 인한 차입 비용 증가와 지중해-아라비아 지역의 긴장이 높아진다면 인플레이션을 재점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불안정한 기조는 외환 시장의 기폭제가 되기에 충분하다.
현재 리스크 온 자산들의 밸류에이션은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차입 비용도 낮은 수준이 아니다. 단기적으로 특정 자산들이 우상향하는 것은 당연히 발생하는 현상이지만,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금리의 중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현재 가장 우려되는 점은 일본의 1년물 금리가 1%를 넘었다는 것인데, 이는 엔캐리가 과거만큼 효과적이지 못하며 어쩌면 점진적인 청산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유동성에 상당히 민감한 항셍, 그 중에서 항셍 테크 지수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아시아 시장으로부터의 유동성 회수 신호가 될 수 있다.
엔의 약세가 멈추며 인플레이션이 재점화된다면, 유동성은 두 가지의 종착지를 지닌다. 금과 달러/채권이다. 하지만 금이 현재 리스크 온 자산과 같이 움직이는 상황에서 과연 금이 안전자산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에 대해선 의문을 가져봐야하며, 금의 움직임을 추적함과 동시에 주요국들의 장기 국채 금리를 살펴보며 자금의 흐름을 읽어내야한다.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심리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가? 그들이 무엇을 가장 필요로 하는가? 현금인가 수익률인가? 이런 점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시장의 향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만약 리스크 온 자산들의 약세가 시작되더라도 달러나 미국 채권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된다면 귀금속이 추가적인 랠리를 이어나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