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의 딜레마
1. 국채 금리의 균열
현대 금융 시장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무엇인가? 내 생각엔 미국 국채를 둘러싼 논쟁이다. 미국 국채 금리와 부채 비중이 상당히 높은 상황에서, 이러한 기조가 계속되어 세계 경제의 주축을 이루는 화폐 시스템 자체에 대한 의문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미국 국채에 대한 상환이 어렵다고 말할 경우 모든 경제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한 해 동안 달러는 약세를 보였다. 물론 연준이 금리를 내리긴 했지만, 유로 대비 낙폭이 매우 심했다. ECB도 금리를 인하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전통적인 금리 모델로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미국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의문이었다. 그러나 정말로 웃긴 말이다. 미국의 재무 건전성이 의심받는다면, 중국과 일본의 재무 건전성은 대체 어느 수준이란 말인가? 그 국가들의 화폐는 일찌감치 휴지조각이 되어야했다. 시장은 상대적으로 미국의 재무 건전성 위험을 고평가했다. 그러한 기조가 발생한 이유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작년에 달러에 대한 약세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는 것이다.
2. 그럼 왜 달러만 다른가?
하지만 내 느낌 상 달러가 무너지는 것이란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 유럽, 중동 등등... 그 어느 누구도 미국만큼 채권을 발행하고, 그러한 채권에 대한 지불 능력을 가지고 있는 국가는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에버그란데로부터 시작된 부동산 위기 및 내수 경기 부진, 과도한 덤핑으로 인한 디플레이션 등으로 인해 국가 내부 문제가 존재하며 유럽은 독일의 심각한 경기 침체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해 실제 경제의 체력이 약하다. 무엇보다 인공지능과 반도체라는 산업을 확실하게 지배하지 못했기에 미국과 같은 지배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는 어렵다. 미국은 이러한 첨단 산업을 통해 디플레이션을 생산성 향상으로 돌파해낼 수 있다.
달러를 지탱하는 주축은 국채 뿐만 아니라 페트로 달러 시스템도 있다. 단지 원유를 달러로 결제하는 게 아니라, 다른 국가들이 자신들의 채권을 좋은 가격과 낮은 이자율로 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때 미국은 항시 달러에 대한 수요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내 말은, 달러는 키신저 이후로 다른 통화 대비 큰 프리미엄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가 약달러를 외치지만, 이것은 전적으로 제조업 기반의 생각이다. 그러나 미국은 더 이상 제조업 국가가 아니다. 약달러와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하자는 생각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국채 시장에 심각한 베어 스티프닝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안전자산 역할을 하던 엔화가 아베의 양적 완화와 제로 금리 시대를 거치며 국채 시장에서 심각한 기울기가 발생한 것을 보고 알 수 있다. 지금 당장의 당근이 미래의 독약으로 돌아온 다는 것을 시장은 알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10년물이다. 10년물 금리가 올라간다면 미국 재무부는 상당한 곤경에 처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DXY가 95선을 터치할 때마다 베선트가 달러 강세를 원한다고 구원투수 역할을 한 것이다. 베선트는 아베노믹스 시기 엔화 매도를 주도한 헤지펀드 매니저로서 화폐의 상대적 가치에 대해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것은 상당히 중요한 생각이다. 그 이유는 YC를 통한 경기 컨트롤이 불가능하단 말이기 때문이다. 경기가 과열되어 금리를 올린다고 해보자. 지금 평균적인 금리 기조 속에서도 세계 경제가 부진을 겪고 있는데, 여기서 금리를 올리는 것은 단기적인 차입 비용을 증가시키고 소비 심리를 강하게 위축시켜, 중기적인 관점에서 장기 차입 비용을 크게 증가시킨다. 반대로 경기가 침체되어 금리를 내린다고 해보자. 현재 중앙은행들의 가장 큰 문제는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인데, 금리를 내린다면 인플레이션 컨트롤이 불가능해져 중기적으로 더 큰 경기 침체를 불러오게 된다. 뿐만 아니라 금리를 내린다면 지불 능력에 대한 의문이 증가되므로 장기 차입 비용을 매우 크게 증가시킨다. 따라서, 현재 시장은 금리 조정을 통해 더 이상 경제와 시장을 지지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3. 결론: 볼커주의의 종말
폴 볼커가 1979년 강력한 금리 인상을 통해 닉슨 쇼크를 진정시키고 달러의 강세를 이끌며 미국의 골디락스의 기반을 다졌다. 하지만 다르게 말하자면 자본주의의 역사상 금리 조정을 통해 경제 및 시장을 안정시키는 방법이 50년도 안 되었는데 부채와 차입 비용으로 인해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은 어떻게 보면 간단한 원리였다. 경기가 부진하면 양적 완화와 동시에 금리를 적절하게 내리고, 경기가 과열되거나 버블이 발생하면 양적 긴축과 동시에 금리를 동결시키거나 적절하게 올리면 됐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이 지금 시장에선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사실 자본주의가 이렇게 안정적이었던 시기는 오래되지 않았다. 100년 전만 해도 단기 콜금리가 100퍼센트까지 치솟는 것이 비일비재했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는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열린 자세로 시장을 읽어내야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