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시장에서 완전한 것은 없다
금은 안전자산이다. 이 문장은 통념 상 참이다. 그렇다면 안전자산이란 무엇일까? 시장이 리스크 오프 분위기로 접어들었을 때, 그 가치가 보존되는 자산을 말한다. 다르게 말하자면, 안전자산은 투기적인 자산과는 거리가 있으며 가격 변동이 크지 않다. 오늘 내일의 유동성이나 분위기에 휩쓸리는 게 아니라,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여주며 전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다른 안전자산으로는 미국 채권, 달러, 엔, 스위스 프랑 등이 있다. 이러한 자산들의 특징은 무위험 수익률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채권은 쿠폰 금리를 가지고 달러, 엔, 프랑 등의 통화는 이자율을 가지기 때문에 보유하기만 하더라도 수익이 발생한다. 만약 달러/원 환율이 오늘도 1,480원이고 내년에 1,480원이더라도, 원화를 보유하고 있다면 이자율로 인해 수익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금은 그렇지 않다. 금은, 전적으로 그 가격에 의해 수익률이 결정된다. 이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만약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2%라면, 굳이 금의 가격 변동을 감수하기보단 미국 10년물을 가지고 있으면서 무위험 수익률을 추구하는 게 훨씬 이성적인 판단이다. 안전자산이란 말 그대로 포트폴리오 내에서 베타 수익률을 안정시키기 위한 수단이지, 적극적으로 알파를 추구해 포트폴리오를 부양할 수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금의 평균 수익률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수 년 간의 랠리가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수익률 말이다. 현대 시장의 기초가 볼커의 강력한 금리 인상 이후 형성됐다는 것을 염두에 둘 때, 198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의 수익률은 대략 4퍼센트이다.
이 사실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금 시장에 참여하는 주체들은 대형 은행들과 중앙은행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계열은 일반적인 투자자와 달리 수 년 이상의 관점에서 움직인다. 내 말은, 굳이 계속 사거나 계속 팔지 않고 가치 자체를 평가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만약 금의 수익률이 지난 16개월 간 폭등했다면, 분명히 고평가인 것이다.
이 생각을 좀 더 해본다면, 시장의 심리는 금이 계속해서 상승하지 않길 바라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다. 금이 계속해서 몇 주 전과 같은 초강세를 구가했다고 해보자. 안전자산이란 카테고리 내 자산이 그러한 수익률을 보여준다면, 시장의 유동성은 금으로 몰리게 된다. 이렇게 된다면 안전자산의 정의와 충돌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수익률을 보인다면, 그 어느 누가 다른 자산을 매수한단 말인가? 그렇기 때문에 귀금속이 폭등했을 때 난 이제 투기적인 자산으로 그 성질이 바뀐 것이라고 판단할 수 밖에 없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하는 것은 무엇일까? 달러의 추이일까? 엔의 변동일까? 다른 귀금속인 은과 백금일까? 난 이러한 자산들이 확실한 선행지표로써의 공변 혹은 반변 관계를 보여주긴 어렵다고 생각했다. 달러와 엔은 금과 똑같은 자산군인데, 현재의 움직임은 그렇게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여주진 않았다. 은과 백금은 금에 종속된 자산들이지, 스스로가 자산 시장의 랠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비철금속은 아니다. 그래서 난 금광 ETF에 주목했다.
금광 ETF가 약세에 접어든 건 확실했다. 물론 그 이유는 많을 것이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증가해서 금의 수요가 감소했을 수도 있고, 이란-이스라엘 전쟁으로 인해 유가가 폭등해서 금을 채굴 비용 증가로 인한 매출 원가 증가가 투자자들의 금광의 수익성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포르쉐 AG의 재무 구조가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포르쉐에 대한 수요와 인기가 증가할 수 있을까? 따라서 금을 매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금이라는 광산에 사람들이 몰려있는 데 들고 있는 새장의 카나리아가 숨을 헐떡거린다면 도망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금광 회사들이 약세를 보이기 때문에 금을 적게 생산할 것이고, 그래서 금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왜냐면 그것은 전적으로 내 생각이기 때문이다! 금광 회사들이 약세를 보이고 금이 더 이상 강력한 추세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고, 금광 회사들이 약세로 접어들고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가격 변동으로 인해 재무 구조가 악화되어 생산 능력이 떨어져 금의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것은 전적으로 추측이자 가설이다.
사실 인플레이션 우려는, 금값에 강세 요인으로 적용될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실물 자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면, 가장 첫 번째 대상이 금과 같은 귀금속이나 가격 변동이 적은 자산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해 금이 하락했다는 것은 사후적인 분석일 뿐이다. 이것은 현재 주식시장에도 적용되는 논리이다. 미국의 PPI가 강세를 나타내더라도, 시장이 이를 금리 동결과 연결지어 유동성 부족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시장이 약세에 머무르고 있다. 강세장에선 약세 뉴스가 무시되거나 그마저도 강세 요인으로 받아들이고, 약세장에선 반대 현상이 발생한다.
이번 금의 불확실성 증가는 자산 시장에 많은 변화를 나타낸다. 일단, 안전자산 중 거대한 축을 담당하는 금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을 수도 있단 인식의 변화를 야기했다. 다르게 얘기해서 이번 전쟁과 같은 블랙 스완이 발생했을 때, 인플레이션을 헤지하거나 포트폴리오를 방어하기 위한 수단 하나가 사라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자산이 금의 역할을 대신할까? 그것은 각자가 생각하기에 이상적인 자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