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믿으면 안 되는가?
'Yardeni Research told investors in a note on Monday that the Federal Reserve could fracture or align around incoming leadership depending on how the U.S.–Iran conflict unfolds.'
어제 야데니 리서치에서 전망한 미국-이란 분쟁에 따른 연준의 스탠스를 담은 기사의 첫 줄이다. 분쟁의 추이에 따라 분열될 수도 결속될 수도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케빈 워시 차기 연준 의장이 인준될 때까지 파월의 의장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연준의 금리 결정이 불확실성을 띤다는 것이다. 이 말은 무엇일까? 야데니 리서치도 모르겠단 말이다.
'빅터 니더호퍼의 투기교실'을 읽어본 독자라면, 금융기관들의 스탠스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는 구절이 책 초중반부에 나온다. 사실 거시경제를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현재와 같이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선 말이다. 니더호퍼는 연준의 발언들을 고대 그리스의 델포이 신탁에 비유한다. 델포이에서 말하는 예언은 대부분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느낌이었다. 연준이 공식 석상에서 '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지만, 인플레이션 상황을 추이하며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열어두며 노동 시장의 과도한 수축 또한 경계한다.'고 했을 때, 이것을 다르게 말하자면 금리를 움직이지 않고 싶은데 매크로 데이터에 따라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신호이다.
그렇다면 정보의 수용자 입장, 그러니까 일반적인 투자자 입장에서 이러한 말들을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PPI나 CPI, PMI, GDP 성장률 등의 지표 발표에 따라 자신의 입장을 급선회 한다. 유튜브에는 지표 보는 방법과 지표가 나올 때의 고변동성을 이용한 베팅 방법을 알려주곤 한다. 파월이 입을 열면 주식시장이 급락하기 때문에 지수 선물에 매도 포지션을 잡는 사람들도 많다. 근데 과연 이게 투자라고 할 수 있을까? 전적으로 도박에 가깝다.
난 이러한 현상이 리버모어가 말한 '비밀 정보에 목 메는 사람들'이 많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내 말은, 자신의 판단을 외주를 준다는 말이다. 이것은 도박이다.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가 아니라 남의 말이나 숫자 몇 개에 거는 것이기 때문이다. PPI가 높게 나오면 금리 동결의 신호로 보고 주식 시장에 대한 매도 포지션을 잡아야할까? 만약 PPI의 강세가 원자재 수요 증가 혹은 경기 활성화의 신호로 나타나더라도 매도 포지션을 잡는 게 옳을까? 반대로 PMI가 높게 나온다면 그것이 경기 부진 속 데드캣 바운스인지 아니면 정말로 거시 경제적 변곡점인지 어떻게 알 것인가?
지표는 현대 금융 시장에서 중앙은행들과 기관들의 정책 방향 결정과 장기적 포트폴리오 조정에 사용된다. 또한 지표는 한 달 이상 과거의 경제 상황을 나타낸다. 이미 그러한 지표들은 주식 시장 속에 희석됐거나, 지표 쇼크가 나오더라도 시장에서 전환점으로 작용하진 않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은 희망을 먹고 살기 때문이다. 미래를 향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제시 리버모어의 책에서 가장 실전적으로 의미가 깊은 구절은, 저번 글에서도 언급한 '강세장에선 약세 뉴스가 무시되며 약세장에선 강세 뉴스가 무시된다'는 문장이다. 20세기 초반 1차 세계대전 때의 주식시장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1914년 7월 주식시장이 닫히고 같은 해 12월 주식시장이 열리고 나서, 4개월 뒤 독일이 무제한 잠수함 작전을 선언했었다. 이것은 미국에겐 재앙과도 같은 신호였다. 유럽의 산업 기반이 파괴되고 있는 와중 협상국의 공장 역할을 하고 있던 미국의 상품들이 대서양을 통해 유럽으로 이동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신호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은 단 2주간 급락세를 보인 후 다시 랠리를 이어갔다.
왜 그랬을까? 시장은 1914년 12월 재개장 이후 비관주의의 끝에 이미 도달해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투자자들이 미국이 유일하게 전 세계의 자본과 금을 빨아들일 수 있는 거대한 공장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인식을 하게 되자, 독일이 유보트를 이용해 수송선을 격침시키더라도 장기적으로 미국의 생산 능력 없이는 전쟁을 수행할 수 없단 분위기가 시장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이후 주식시장은 전쟁 초기 생산 증가에 힘입어 1916년 11월까지 강세장을 이어갈 수 있었다.
현재 시장은 약세장이다. 그 이유는 채권 금리가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채권 금리가 불확실성을 보인다는 것은 포트폴리오 전체의 베타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며 투자자들은 자연스럽게 리스크 오프 자산으로 몰려가게 된다. 전통적 리스크 오프 자산인 JPY, 금, 채권 등이 현재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시장은 현재 명확한 도피처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 만약 내 월급이 얼만지 모른다면, 대체 어떻게 마음 놓고 돈을 쓸 수 있을 것인가?
이럴 때 투자자들은 어떤 자세를 지녀야할까? 스스로의 판단을 전적으로 믿고,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 판치는 사람들의 말을 물리치고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바라보며 주식시장의 이모저모와 경제 상황에 대해서 공부하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