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귀적 오류와 인식의 틀

투자 시장에서 돈을 버는 방법

by 김민성

1. 재귀성이란?


재귀성은 조지 소로스가 만든 개념이다. 자연과학과 달리 사회과학은 재귀성을 가진다. 일반 상대성 이론을 만든다고 해서 빛의 속도나 공간의 곡률이 변화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회과학적인 이론들, 예를 들어 사회주의나 신자유주의 등은 사람들의 인식 체계에 영향을 미치고, 이러한 변화된 모습은 다시 이론에 영향을 미치는 루프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사회과학적인 이론이나 현상들은 모두 다 재귀성을 지닐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특성은 필연적으로 인식의 오류를 만든다. 그 이유는 인간의 인식 체계는 유한하기 때문이다. 난 어릴 때부터 가끔씩 고민했던 문제가 '어떤 사회 현상의 원인을 추적할 수 있는가'였는데, 나이가 들고 나서 생각해보니 사회 현상의 인과를 논리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가능세계를 분석하고 사회의 모든 변수들 간의 상관관계를 따지는 것인데, 이건 당연히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인식 체계가 유한해서 그런 인과 관계를 추적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주어지더라도 우리가 그런 가능세계를 추적하고 변수들을 엮는 순간 재귀성이 오류를 만들기 때문이다.



2. 개인적 차원의 재귀적 오류: 손실의 씨앗

image.png 달러 인덱스가 95달러 선에 도달했을 때 거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80대 후반을 예상했다. 그들은 개인적 차원에서의 재귀적 오류를 일으킨 것이다.

재귀적 오류는 개인적 차원에서 발생하기도 하고, 사회적 차원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개인적 차원의 재귀적 오류는 무엇일까? 사람은 근본적으로 어떤 자산을 사거나 파는 순간, 그러니까 시장의 관찰자가 아니라 참여자가 되는 순간 인식의 편향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시장에 참여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시세 차익을 내기 위해서인데(차손을 내기 위해서 매매를 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고 생각한다), 틀리든 맞든 사람은 그 순간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혹은 지지할 수 있는 태도를 지닐 수 밖에 없다.


개인적 차원의 재귀적 오류는 돈을 잃게 만든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재귀적 오류는 다르게 말해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이기 때문이다. 희망, 공포, 탐욕 등 시장에서 투자자를 괴롭히는 인간의 본성은 모두 재귀적 오류, 더 근본적으로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유한한 인식 체계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구글이라는 주식을 산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매수하기 전에는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기업의 재무나 구글의 BM, 전반적인 시장 상황을 연구해보고 자신만의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것이다. 이때 결론을 매수 쪽으로 내고 주식을 샀다가 가격이 내린다면, 어느 누구든 자신의 판단이 틀렸음을 부정할 순 없다. 왜냐하면 결과적으로 자신이 생각한 방향과 달랐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내부 문제든 지정학적 이슈로 인한 시장 상황의 변화든지 간에 틀린 건 틀린 것이다. 그렇다면 이 투자자는 구글이라는 주식을 바라보는 과정에서 무조건 재귀적 오류가 발생했던 것이다.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선, 정말 솔직하게 스스로를 바라본다면 바이 사이드에 치우쳐서 정보를 수집하고 판단을 내리려고 한 것이다. 이는 전적으로 인식 체계가 유한하기 때문이다. 만약 모든 정보를 객관적으로 수용할 수 있었다면, 그 투자자는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지 않았을까?



3. 사회적 차원에서의 재귀적 오류: 이익의 원천


하지만 사회적 차원에서의 재귀적 오류, 그러니까 개개인의 오류가 아닌 집단 의식에 의한 재귀적 오류는 엄청난 기회를 만들어준다. 난 사회적 차원의 재귀적 오류가 크게 버블, 침체, 횡보 세 가지로 나뉜다고 본다. 일단 버블에 대해 재귀적 오류가 작용하는 이유는 집단 의식이 매도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버블이란 무엇일까? 원래 모든 자산은 그 가격을 정확하게 추론할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인식의 오류를 내포하고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버블, 그러니까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거품의 개념은 과도하게 낙관적인 미래를 상정한 경우를 의미한다.


모든 자산시장은 기본적으로 할인율의 저주를 받고 있다. 198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인플레이션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시장의 모든 자산들은 시간 가치가 깎여나가고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자산시장의 상승을 합리화하기 위해 미래에 기댄다. 미래에는 산업이 확장될 것이며, 경기가 회복될 것이며 재무 구조가 비약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이유가 주된 사유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경제적으로 미래의 구매력을 현재로 끌어오는 효과를 지니며 레버리지를 일으킨다. 또한 이런 레버리지는 현금의 시간 가치 손실, 즉 할인율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은 근본적으로 공포를 느낀다. 공포는 더더욱 개인적 차원에서의 재귀적 오류를 강화하며, 이러한 집단적 오류는 시장을 더욱 강하게 밀어올리고 버블은 사회적 차원의 재귀적 오류를 강화한다. 금리의 중력에 의해 더 이상 구매력을 끌어오지 못할 경우, 재귀적 오류가 깨지며 자산 시장이 하락세를 그리게 된다. 따라서 투자자는 첫 번째로 '집단의 미래 구매력 미수 거래'가 강화될수록, 버블에 올라타서 수익을 낼 수 있게 된다. 버블은 할인율의 공포가 과도한 낙관론에 대한 희망으로 변화하는 과정이다.


두 번째인 침체 시장에서는 집단적으로 매수에 동의하지 않은 상태이다. 그러나 자산 시장의 침체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시적일 수 밖에 없다. 만약 자산 시장이 장기간 하락한다면, 실물 경제가 수축한다는 것인데 자본주의는 팽창과 신용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근본적인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 시장에 참여하면서 장기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사람들의 침체 시장에서 겁에 질려서 매도하는 건 더 이상 손실을 버틸 수 없기 때문인데, 집단적 매도는 미래가 더 이상 개선되지 않을 거라는 재귀적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 현재 상황이 절망적이며 자신이 손실을 보고 있기에 현재 상황에 기반해 미래도 그럴 것이라는, 인식의 관성이 작용하는 상태이다. 따라서 두 번째 기회는 '집단의 미래에 대한 비관'이 강화될 때 생긴다. 미시경제적으로는 모기지 신청 건수가 하락하고, 소비자 심리가 크게 위축되지만 시장은 더 이상 약세를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image.png 코스피의 한 달 간 움직임은 재귀적 오류의 전형적인 예시이다.

세 번째 횡보 시장에서의 기회가 가장 흥미롭다. 그 이유는 기대 수익이 가장 클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선 버블이나 침체 시장으로 이어지며 강력한 매수나 공매도라는 기회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난 횡보 시장의 예시를 현재 코스피의 상태로 제시하는 것이 가장 옳다고 생각한다. 이때의 재귀적 오류는 무엇일까? 바로 미래의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집단의 인식, 즉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이다.


이것은 좀 도발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시장은 시간이 지나면 횡보하는 상태를 벗어나게 된다. 따라서 시장이 횡보한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오류를 가진 것이다. 주식시장이 횡보할 것이라는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바이 사이드에 가깝다. 왜냐하면 시장엔 공매도 세력, 즉 셀 사이드가 절대 소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 횡보를 바라는 사람들(바란다는 것은 횡보할 것이라는 그 생각 자체를 내포한다)은 크게 고점에서 매수를 해서 손실이 더 강하지 않길 바라는 사람과 또 다른 매수 기회로 이어지길 바라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자신들이 집단적인 재귀적 오류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의 강세론자들은 공매도 세력에게 좋은 가격에 팔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과도하게 상승한 시장이 내포하고 있는 비용, 즉 미래의 구매력에 대한 할인율 리스크를 스스로 떠안는 것이다.


시장이 횡보할 때, 사실 미래에 시장이 나아갈 그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 당연한 것 아닐까? 시장에 크게 상승한 이후 횡보를 한다면 분산이고, 크게 하락한 이후 횡보가 이어진다면 매집이라는 것은 절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횡보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러니까 상승 이후의 분산이나 하락 이후의 매집 기간이 늘어날수록 시장에선 재귀적 오류가 쌓인다. 이후에 강력한 추세를 형성할 수 밖에 없다. 집단의 재귀적 오류는 할인율의 리스크를 헤징해주거나 재귀적 오류로부터 자유로운 소수의 집단의 공격적인 레버리지 이용을 지지해준다. 따라서 세 번째 기회는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다수 집단의 추세에 대한 희망과 관성'이 강화될 때 생긴다. 다르게 말하자면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가 과거의 경험에 기반한 확실성에 대한 희망이 강화되는 경우 재귀적 오류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지혜로운 개인은 큰 이익을 볼 수 있다.



4. 돈을 벌기 위한 생각


난 그래서 현재 금융 시장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집단적인 편향에 대해 집중한다. 현재 금융 시장의 최선두에 있는 대형 은행, 중앙은행, 국가들은 어떤 재귀적 오류를 지니고 있는가? 이들을 이끌어가는 인물들은 어떤 과거를 지녔고 어떤 정치적 스탠스를 지니는가? 그러한 오류가 어떤 식으로 화폐 가치와 채권 시장, 재정 정책들을 움직일까? 언제 어디서 어떤 차익 거래의 기회가 생길 것인가? 이런 것들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적인 재귀적 오류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시장을 정확히 읽어내더라도, 내가 객관적 사실이 아닌 내 생각과 희망에 베팅한다면 그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주식 시장이 현재 약세장을 보이고 있는데, 내가 강세라고 믿으면서 며칠 안에 당장 전환점이 형성될 것이며 지금 미리 선점하는 것은 기대 수익을 높이는 행위라고 자기 합리화를 한다면 집단이 만들어내는 재귀적 오류를 절대 이용할 수가 없다.


모든 정보가 열린 현대 금융 시장에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인식의 오류를 잡아내는 가장 클래식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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