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의 주기에 대하여

매집, 상승, 분산, 하락

by 김민성

주식시장은 주기를 가지고 있다. 매집, 상승, 분산, 하락으로 이어지는 사이클이다. 각 단계는 그만의 특징을 지닌다. 또한 반대로 특정 신호로부터 증시의 향방을 판단할 수 있다.


image.png 2000년대의 다우 존스 지수. 닷컴 버블 이후의 매집-상승-분산-하락이 명확하게 보인다.


1. 매집

매집 시기는 말 그대로 주식이 매수되는 시기이다. 그러나 그 상승폭은 크지 않다. 매수세와 매도세가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룬다. 매집 시기엔 주식이 한 곳으로 몰리는 특징이 있다. 굳이 기관으로 몰린다고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보통 주식시장에서 개인과 기관으로 나누어서 생각하는데, 기관이라고 실수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개인이 항상 증시의 고점에서 매수하거나 저점에서 매도하진 않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증시의 움직임이다.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증시가 하락한 후 약한 강세 혹은 약세를 보인다면 증시는 매집 시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2. 상승

상승 시기는 거래량이 활발해지며 증시의 매수세가 강해지는 시기이다. 매집 시기와 달리 증시는 활기를 띠며 장및빛 미래를 그린다. 상승 시기의 초반에는 직접적으로 증시에 대한 뉴스가 나오진 않는다. 하지만 상승 시기의 성숙으로 접어들며 증시에 대한 소식을 많이 찾아볼 수 있게 된다. 보통 증시의 상승은 그 이전에 하락을 주도했던 이벤트가 사라지거나 매크로적으로 유동성이 많이 풀릴 때 찾아온다. 예를 들어, 2020년 글로벌 증시의 상승과 2025년 코스피의 상승은 각각 팬데믹 시기 유동성과 정부 주도의 증시 부양과 반도체 수요 증가에 있었다.



3. 분산

분산 시기는 증시의 물량이 한 곳으로 몰린다. 사실 여기서 대중이 분산 시기에 진입해 주식을 매수하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전적으로 심리 때문이다. 증시가 심각한 약세 속에 있더라도 사람을 꾀어내는 소식은 있기 마련인데, 분산 시기에 많은 수의 대중이 증시에 참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뉴스에 있다.


일반 대중들은 평소에 증시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못한다. 그들의 직업이 주식 거래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중들은 증시에 대한 제한적인 정보를 가지게 된다. 심지어 기업의 재무와 이런저런 활동에 대한 뉴스마저 이미 소비된 후 대중에게 풀리는 것이다. 또한 증시가 상승 시기의 마지막에 접어들면 시장엔 온통 증시의 상승과 순식간에 부자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린다. 이것은 설계됐다기 보단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어떠한 현상이 발생했을 때 그것을 해석하는 것은 뉴스의 숙명인데, 뉴스를 소비하는 대중은 어쩔 수 없이 증시에 늦게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4. 하락

하락 시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급락과 약세이다. 증시에서 급락이 발생한다면 보통 단기적인 이벤트 때문이다. 크게 급락이 발생했던 대표적인 시기를 살펴본다면 1987년, 2020년이 있다. 1987년은 알고리즘 매매로 촉발된 급락, 2020년은 팬데믹이 있었다. 2025년 해방의 날 하락도 급락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급락이 발생한다면 증시는 장기적인 상승 추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증시의 상승 추세에 찬물을 끼얹을 만한 그런 뉴스가 아니라, 증시의 수급에 대한 문제이다.


그러나 약세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내가 생각하기에 증시에서 약세가 발생한 대표적인 경우는 1929년, 2000년, 2007~2008년이다. 물론 이때도 급락이 발생하긴 했었다. 그러나 위의 경우와는 상당히 다르다. 그 이유는 이때 증시의 약세는 전적으로 실물 경제에 있었기 때문이다. 실물 경제가 위축된다면 증시는 버티기 힘들다. 증시에 유입될 자금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증시는 실물 경제의 파생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약세는 상당한 기간 동안 여파를 미친다. 증시와 실물 경제 모두에 말이다.


급락과 약세를 가르는 기준은 결국 실물 경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 PCE 물가가 너무 높게 나와서 인플레이션 우려로 증시가 급락을 겪을 수도 있지만 약세로 접어들기 위해선 이보다 더 큰 충격이 장기적으로 발생해야한다. 예를 들어, 대공황 시기 전에는 1920년대 중반부터 실물 경제는 위축을 시작했고 당시 강세를 구가하던 일본과 전후 경제 회복이 진행 중이던 유럽은 공황을 맞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으로 쏠린 과도한 유동성이 역사적인 폭락과 약세를 불러온 것이다.




1920년대부터 현대까지 증시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느낀 것은, 증시의 상승이나 하락을 유발할 요인은 생각보다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증시의 향방을 결정하는 요인은 결국 유동성, 즉 현금 그 자체이다. 세상에 현금이 많다면 리스크 자산으로 몰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런 유동성은 M0, M1, M2나 레포를 본다고 알 수 없다. 그러한 단편적인 정보로만 알 수 있다면 퀀트 트레이딩을 하면 되지 않겠는가? 시장 전반에 대한 여건을 조사해보고 그런 정보들이 알려주는 시장의 유동성 상황을 면밀히 살펴봐야한다. 또한 단기적인 시야가 아니라 장기적인 시야를 가지고, 스스로 판단하기에 증시가 상승 시기의 성숙 단계에 있다면 굳이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한다.


다음 글에선 2008년 이후 시장의 상황을 COT 데이터를 이용해 분석하며, 시장의 변동성 특성을 분해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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