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시장의 변동성 기조를 바꾸는가?
앙드레 코스톨라니(주식 거래인, 1906-1999)에 따르면 시장은 10년 주기의 사이클을 가진다. 여기서 말하는 사이클은 상승이나 하락에 관한 것이 아니라, 10년마다 시장의 기저에 존재하는 기본적인 여건 혹은 분위기의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다.
일단 분석에 앞서, 이런 현상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내 생각에 이러한 장기적인 사이클이 발생하는 이유는 재귀성 때문이다. 시장이 약세 또는 급락이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증시의 하락은 경제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상당히 부담이 되는 악재이다. 따라서 중앙은행과 정부는 증시와 경제의 회복을 위해 재정 정책이나 부양책을 펼치곤 한다. 예를 들어 2008년 하락 이후 금융 규제가 강화되고 양적 완화를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시장에 즉각적으로 반영되지 않는다. 양적 완화가 시작되어서 유동성이 풍부해질 거라는 기대가 생기더라도, 영향력이 선반영되기는 하지만 사람들의 인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오려면 상당히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장 참여자의 한 축을 담당하는 대중의 경우 경제의 회복기에서 공격적인 리스크 감수를 하기보단 소비를 줄이고 실업에 대비하는 보수적인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변화가 생기고 약세론자 혹은 비관론자들이 강세론자 혹은 낙관론자로 바뀌기 위해선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인식의 변화가 생긴다면 사람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게 된다.
침체 이후의 양적 완화에 힘입어 대중은 소비를 늘리고 민간 고용이 확장된다. 양적 완화는 침체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이지만 모든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의 회복기에 양적 완화를 지속하면 과도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은 현대 자본주의 구조상 필연적이지만 과도할 경우 장기적으로 고용과 소비 모두 위축시키면서 매우 심각한 침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경기가 과열 국면으로 접어든다고 판단한다면 양적 긴축 혹은 금리 인상을 통해 경기를 안정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완벽한 재정 정책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10년 단위의 변동 후 시장은 필연적으로 다시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양적 완화로 인한 시장의 부양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리스크를 간과하게 하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행성의 운동은 계산할 수 있지만 광기는 측정할 수 없다는 뉴턴의 말이 있듯 유동성의 확장은 사람들의 과한 투기 심리를 유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나는 현대 증시의 사이클을 '혁신'에 대한 일련의 희망과 절망으로 본다. 어떠한 기술이 발명되거나 새로운 자산 시장이 개척되더라도 그것이 실물 경제에 적용되기까지의 과정은 분명한 물리적 한계를 가진다. 오늘 당장 인공지능에서 발전이 일어나더라도, 기술적인 발전과 여기서 발생하는 부가가치를 만들고 수확하기 위한 구조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투자 시장에 만연한 도덕적 해이는 시장의 버블을 더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
2008년 금융 위기는 부동산 투기에 의해 시작되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부동산 투기 버블과 그와 관련된 파생상품에 내재된 리스크가 부동산 가격 사이클에 의해 터지면서 발생했다. 미국 및 유럽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면서 정부와 연준은 수습을 위해 양적 완화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매우 공격적으로 금리 인하를 하며 시장에 유동성을 불어넣고 차입 비용을 줄여 증시를 떠받치고 부동산 버블로 인한 여파가 실물 경제로 더 깊게 파고드는 것을 막으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기조는 증시 전반에 대한 낙관론을 불러왔다.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것은 곧 매수 여력이 항상 충분하다는 의미이다. 2010년대 중반까지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었는데, 이는 서구권의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증시를 상승시킨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실물 경기와 증시는 정확하게 인과관계를 보인다고 보기 어려운데, 저번 글에서도 얘기했듯 증시는 경제의 파생상품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위 사진(COT)에서 볼 수 있듯, 양적 완화가 시작되면서 leveraged funds(purple)들은 net을 상당히 늘렸다. 왜 그랬을까? 증시 자체의 변동성 및 리스크가 작았기 때문이다. 유동성이 풍부했기 때문에 굳이 증시에 대해 매도 관점을 고수할 필요가 없었다. 증시가 우상향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생각해봤을 때, 가끔씩 조정 기간이 찾아오더라도 증시에 대한 강세 관점을 고수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훨씬 유리했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부터 양적 완화의 종료와 금리 인상, 미 중 무역분쟁 들으로 인해 시장의 분위기는 변하게 되었다. 글로벌 시장이 2010년대 후반 제한적인 강세를 보인 것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이때부터 leveraged funds들은 적은 수의 net short를 유지하게 되었다. 물론 leveraged funds들이 숏 포지션만 잡고 있지는 않으며, 보유한 자산들에 대한 헤징 목적으로 파생상품을 이용한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숏 포지션이 우세하다는 것은 과거와 다른 장세가 펼쳐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VIX를 봤을 때 2010년대와 다르게 최근 들어 변동성이 크게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이 이유는 근본적으로 금리가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당일 만기 옵션의 도입과 알고리즘 매매 증가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지만, 시장의 중기적인 변동성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팬데믹 때 상당한 양의 유동성이 공급되었지만, 시장 자체의 변동성은 줄어들지 않았다. 차입 비용의 증가는 근본적으로 수많은 시장 참여자 및 실물 경제에 압력을 가한다. 변동성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은, 파생상품의 롤오버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가끔 발생하는 고변동성 시장에서 숏 포지션으로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투기적인 자금은 현재 시장에 대해서 강세 시야를 고수하기보단, 불안정한 시장 상황을 이용해 불규칙하지만 큰 폭의 수익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2020년대의 시장은 장기적으로 강세를 보였지만 과거와는 달리 상당히 큰 폭의 단기 변동성을 보인다. AI에 기반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반도체 주식 등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상당히 취약한 시장 여건 위에 있으며 언제든 높은 변동성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한다.
다음 글에서는 자산 시장간의 상관관계 및 암호화폐의 영향에 대해 분석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