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 교환학생 자격으로 일본 유학을 마치고 작은딸이 귀국했다. 그녀의 귀국으로 집 안 곳곳에 비타민이 뿌려진 것처럼 여기저기에 상큼한 기운이 뿜뿜하다. 조용했던 집안 공기는 오렌지색 공기가 날아다닌다. 눈으로 볼 수 없는 공기는 작은딸의 움직임에 소리가 합해져
“엄마”를 부를 때 비타민이 “팡”하고 터진다.
일본에서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 이야기를 할 때 까르르 웃는 소리가 거실 벽지에 오렌지색으로 도배된다.
아침에 일어나면 밤손님이 다녀간 듯 거실 테이블 위에 맥주 한 캔과 안주로 먹은 듯한 과자부스러기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나는 주섬주섬 치우다가 생각한다.
“그녀가 돌아왔구나.”
또 주방 싱크대 개수대에는 토마토 주스를 잔뜩 묻히고 닦기 힘들게 컵이 덩그러니 있다. 그 컵은 유리 주름이 많이 잡혀 있고 예술품처럼 눈으로만 봐야 할 것 같고 너무도 얇아서 수납장 맨 위 칸 손이 닿지 않는 깊은 곳에 넣어 둔 컵이다. 눈에 보이지 않아 사용할 수 없도록 말이다. 그 컵은
“날 잡아 잡숴.”하고 설거지통 안에 생각도 없이 자리 잡고 있었다. 또 한 번 “그녀가 돌아왔구나.”가 확인되었다.
우리 가족은 집 안에서는 방귀도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뀌고, 옷도 편안하게 입는다. 집안 곳곳에 작은딸의 흔적이 더해져 오랜만에 우리 가족이 모두 모여 한집에 있는 것이 흐뭇하고 든든하다. “그녀가 돌아왔구나”가 알림 될 때마다 집에 비타민이 팡팡 터진다.
오늘은 아르바이트를 간다며 가족 대화방에 남긴 말에 또 한 번 터지는 비타민 한 방.
“돈 벌어 올게,”
보이지 않아도 느껴지는 잔잔한 비타민에 추운 겨울도 새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