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별도 없이 나에게 늙음이 자꾸 다가온다.
주방 인덕션에 냄비를 놓고 국을 데우다 미용실 가자는 남편 말에 아무 생각 없이 남편 따라 머리 손질을 하러 갔다. 커트도 하고 염색도 하면서 미용실 원장님과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때마침 집에 있는 큰아이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엄마, 온 집에 연기가 자욱하고 탄 냄새가 가득해. 가스 불에 뭐 올려놓고 어디 가셨어요?”
“ 냄비 속 음식이 다 타고, 인덕션은 꺼졌어요.”
“ 다행히 불은 안 났어요.”
나는 “다 타고”와 “다행히”라는 두 단어에 당황스러우면서도 얼마쯤 여유가 생겼다. 집에 불이 날 수도 있었다는, 그 불을 내가 낸 것일 수도 있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고 내용이 합해지지 않았다. 그 내용은 며칠 동안 이해와 합치기를 거듭하다 나중엔 “나이 들어 그럴 수 있어.”의 받아들임으로 뭉뚱그렸다.
나는 계속 “왜 불을 끄지 않고 미용실에 갔을까?” 명확한 뇌과학적인 또는 인지 부분의 합리적인 이유로 나를 설득해 안심되고 싶었다. 그 내용은 이해가 어려워 그냥 “불을 내려고 한 행위”가 아닌 그저 행위 연속선상에서 연결된 것으로 내 마음에 정리되었다.
낼모레 예순이 되는 즈음에 정신머리를 꽉 붙잡은 손이 자꾸만 힘이 풀리고 있다. 힘이 다 풀리기 전에 얼른 다시 주먹을 꽉 쥐어 보지만 늙음은 벌써 내 발밑까지 온 듯하다.
늙은것이 아니고 늙어지는 것으로 결을 맞추면서 서글픈 내 마음을 위로 해 본다.
늙어지는 소리가 서걱서걱 들린다. 그 소리에 나는 반응하고 있다.
“ 나 지금 쫄고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