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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마율 Jan 07. 2022

미장센 맛집은 한 장면만 봐도 알 수 있다.

영화 <오만과 편견>(2005) 장면 미장센 분석


영화 <오만과 편견> (2005)
개요 : 드라마 / 영국 / 128분
감독 : 조 라이트
출연 : 키이라 나이틀리, 매튜 맥퍼딘, 브렌다 블레신, 로자먼드 파이크, 지나 말론, 주디 덴치, 캐리 멀리건, 사이먼 우즈 등
제작연도 : 2005년 (국내 개봉 2006년)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 <오만과 편견>은 둘째 엘리자베스를 중심으로, 영국 롱본에 거주하는 베넷가 딸들이 배우자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을 각색한 작품이다.

  대문호 제인 오스틴의 텍스트와 소설 속에서 튀어나온듯한 배우들의 연기에 관객들은 낭만적인 시대극에 빠져들게 된다. 이런 몰입에는 18세기 영국의 시대 배경을 잘 나타내는 의상과 소품, 사람과 자연이 어울리는 온화한 시골 풍경과 따뜻한 색조 등 당시의 모습을 사실적이고 아름답게 재현한 미장센이 한몫한다. '오만과 편견'을 각색한 여러 작품이 있음에도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특유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가진 <오만과 편견>(2005)은 2000년대 중반에 개봉한 이래로 여전히 많은 관객에게 사랑받고 있다.


 미장센은 '화면 속에 여러 구성 요소를 배열, 배치함'을 뜻한다. 미장센은 시각적인 즐거움을 줄 뿐만 아니라 인물의 내면을 표현하거나 플롯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영화 <오만과 편견>은 이런 미장센의 기능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영화 <오만과 편견>이 어떻게, 왜 미장센 맛집이 되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한 장면을 선택하여 쇼트 별로 분석해보았다.

 선택한 장면(scene)은 엘리자베스가 친구인 샬롯과 대화하는 장면이다. 대사와 표정 연기 등을 깊이 들여다봤을 때 캐릭터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부터 결혼에 대한 작가의 생각까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장면은 무도회나 다아시의 대저택 장면같이 압도적이거나 극적이지 않을뿐더러 칙칙한 색감과 잔잔한 분위기를 유지해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장면이다.

 이 평범해 보이는 18개의 쇼트로 이루어져 있는 2분짜리 장면을 혹시나 대충 넘겨보며 영화를 봤다면, 혹은 배우들에게 집중하느라 화면 구성을 놓치고 봤다면, 잠시 시간 내어 이 글을 읽어주길 바란다. 읽고 나면 짧고 간단해 보이는 쇼트들이 얼마나 섬세하게 구성되어있는지 놀랄지도 모른다.   


쇼트(Shot): 영화의 최소 단위.

 쇼트가 모여 장면(Scene - 시공간이 동일)이 되고, 장면이 모여 시퀀스(Sequence - 내용 덩어리)가 된다. 시퀀스가 모이면 영화(film)가 된다.





<오만과 편견> 줄거리

 상류 계급인 빙리와 다아시가 롱본에 이사를 오고 베넷가의 첫째 제인은 빙리와 사랑에 빠진다. 반대로 엘리자베스는 첫 만남에 겪은 다아시의 오만함에 편견을 갖는다.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제인이 빙리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다아시는 빙리와 제인을 떨어뜨려 놓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에게 분노한다. 엘리자베스는 계속해서 다아시에게 오해가 쌓이지만 여러 집안 문제, 막내 리디아의 사건 등을 계기로 다아시가 사려 깊고 책임 있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된다. 곧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편견을 반성한다. 다아시는 엘리자베스를 통해 빙리와 제인의 사랑을 믿고 두 사람의 결혼에 기여를 한다. 이후 다아시와 엘리자베스도 계급과 재력을 극복한 사랑을 확인한다.


선택한 장면(scene) 러닝타임: 54:40~56:48 (쇼트 18개)


'엘리자베스와 샬롯의 대화 장면' 

- 엘리자베스는 경제적인 이유로 강요받는 콜린스의 청혼을 거절해 어머니와 갈등을 맺는다. 그 와중에 빙리가 갑작스럽게 롱본을 떠나 슬퍼하던 제인은 런던에 있는 이모의 집으로 휴양을 간다.

 그네를 타고 사색에 빠져 있는 엘리자베스 앞에 샬롯이 등장한다. 엘리자베스의 친구인 샬롯은 엘리자베스가 콜린스의 청혼을 거절한 지 며칠 되지 않아 자신이 콜린스의 청혼을 가문과 재산을 위해 승낙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샬롯은 자신에게 사랑은 과욕이라며 현실에 순응하는 선택이지만 만족스러운 결혼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엘리자베스는 세속적인 이익만을 위해 결혼을 한 샬롯에게 실망스러워한다.


https://youtu.be/qwVRoUxr9pk




쇼트별 미장센  분석


쇼트 1.    

 세팅과 색채 - 벽과 지붕으로 엘리자베스 주변에 작은 사각 프레임을 생성했다. 엘리자베스의 앞쪽에 있는 배경, 소품, 의상을 무채색에 가까운 갈색으로 만들고  뒤쪽 배경(엘리자베스 주변 사각 프레임)은 앞쪽 배경보다 밝고 다양한 색채를 넣어 멀리 있는 엘리자베스에게 시선이 집중시킨다.  

 화면에서 벽과 바닥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전체적인 배경색과 비슷한 흙더미가 가운데에 삼각형 모양으로 쌓여 자칫 허전해 보일 수 있는 배경에 밀도를 올려준다. 흙더미는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왼쪽으로 시선이 분산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카메라 - 익스트림 롱 쇼트로 인물의 움직임, 인물의 위치 등 전체적인 인물과 배경의 정보를 제공한다. (설정 쇼트) ‘엘리자베스가 뜰 입구에서 천장에 매달아 놓은 그네 줄을 꼬아 빙글빙글 돌고 있다.’

 딥 포커스로 영상의 전체적인 공간감을 준다. 처음에는 주인공 앞에 놓인 움직이는 피사체(일하는 여성과 닭)를 보게 되지만 피사체들을 주인공과 (카메라로 본 화면 속에서) 가까이 배치시켜 멀리 있는 주인공에게 시선이 가도록 만든다.  


 프레임(frame) : 화면의 둘레. 프레임은 무한한 이미지의 연속인 세상 속에서 특정 이미지를 선택해 화면을 제한한다. 동시에 제한된 프레임으로 프레임 밖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 영화에서 화면은 카메라에 담긴 화면(관객이 보고 있는 화면)인 '내화면'과 카메라 밖에서 보이지 않는 '외화면'으로 구분된다. 프레임은 '내화면'과 '외화면'을 만든다.}

 익스트림 롱 쇼트(extreme long shot) : 아주 멀리서 넓은 지역을 묘사한 장면.  

설정 쇼트(Establishing Shot)  : 시퀀스 도입부에 사건이 벌어지는 공간에 대한 기본적 인식을 제공하는 장면. 롱 쇼트(long shot) 혹은 익스트림 롱 쇼트(extreme long shot)로 공간을 포착하여 사건이 벌어지게 될 장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전개될 사건에 대한 극적 분위기를 미리 알려 주는 기능을 한다.  

(영화사전, 2004. 9. 30., propaganda)

딥 포커스 (deep focus) :  광각렌즈를 사용해 카메라의 초점을 중앙에 맞추어 전ㆍ후경 모두 선명하게 찍는 촬영기법

 (시사상식사전, pmg지식엔진연구소)




쇼트 2.     

 카메라 - 풀 쇼트에서 바스트 쇼트까지 줌 인을 한다. 엘리자베스의 행동에서 표정으로 시선이 좁혀진다. 엘리자베스가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다는 정보와 함께 엘리자베스의 감정을 추측하게 만든다.      

 소품과 배우의 움직임 (의상도 포함) - 그네 줄을 꼬아 돌고 있는 행위는 보는 사람도 어지러움을 느끼게 하여 혼란하고 복잡한 엘리자베스의 심리를 짐작하게 한다.

  다리를 쭉 펴고 그네를 타는 행위와 신발의 부재는 격식을 차리지 않으며 자유롭고 장난스러운 주인공의 성격을 알 수 있다.   


 쇼트 (Full Shot) : 인물의 전신을 포착한 장면.

 바스트 쇼트 (Bust Shot) : 롱 쇼트와 클로즈업의 중간 크기의 미디어 쇼트

 쇼트 (Long Shot) : 인물을 화면 높이의 약 3/4에서 1/3 정도까지의 크기로 포착한 장면

(영화사전, 2004. 9. 30., propaganda)

줌 인(zoom in) - 촬영기의 위치를 고정해 놓고 줌 렌즈의 초점 거리를 조절하여 피사체에 접근하여 가는 것처럼 보이도록 촬영하는 기법. 줌 아웃(zoom out)은 줌 인의 반대말.

(만화 애니메이션 사전, 2008).




쇼트 3.    

 카메라 - 오른쪽으로 팬 해서 360도 회전한다. 한 쇼트에 그네를 타고 있는 엘리자베스의 시각과 일치하게 뜰 안과 바깥 모습을 관객들이 볼 수 있다. (시점 쇼트)


시점 쇼트 (Point Of View Shot) : 등장인물의 시점으로 보이는 장면. 사건을 조망하는 객관적 시점이 아닌 사건 참여자인 인물의 눈에 보이는 주관적인 장면을 말한다. (영화사전, 2004. 9. 30., propaganda)

   

  

      

    쇼트 4.     

카메라 - 쉘로우 포커스와 바스트 쇼트로 엘리자베스가 샬롯을 만나 기쁜 표정에 집중하게 한다.          


쉘로우 포커스(shallow focus):이미지의 한 층(겹)만을 강조하는 촬영 기법. 일반적으로 연기가 이루어지는 층은 선명한 초점이 형성되나 그 배경과 주변은 뿌옇게 탈초점 상태가 된다. 반대가 딥 포커스(deep focus).

(영화사전, 2004. 9. 30., propaganda)




 쇼트 5.

 카메라 - 오버 더 숄더 쇼트리버스 앵글 쇼트로 인물들이 대화하고 있는 상황을 나타낸다. 말을 하는 샬롯에게 초점을 두고 심도를 얕게 설정해 관객들이 시선을 둬야 하는 위치를 알려준다. 그럼에도 엘리자베스의 흐릿한 뒷모습이 전체 프레임의 반을 차지하여 주인공의 비중을 줄이지 않는다.   


오버 더 숄더 쇼트(over the shoulder shot) : 한 인물의 어깨너머로 상대방 모습을 포착한 장면.

리버스 앵글 쇼트 (reverse angle shot) : 앞 장면과 비교하여 촬영 각도를 반대로 하여 촬영한 장면

  (영화사전, 2004. 9. 30., propaganda)    

        

                


쇼트 6.

 배우의 움직임 - 샬롯의 말을 듣고 꼬여있던 그네 줄을 풀어 뒤를 돈 모습을 몇 초간 지속한다. 잠깐 보이는 뒷모습으로 미세한 배우의 표정에서 몰입을 풀고 잠시 놀라움, 당황스러움 등 인물이 느끼는 감정을 관객이 추측하게 한다.

 카메라 - 계속해서 쉘로우 포커스를 주어 인물들이 대화할 때 나타나는 표정에 집중하게 한다.

 쇼트 5와 이어져 샬롯과 대화하는 쇼트임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아닌 한 인물을 단독으로 잡은 쇼트를 선택했다. 리버스 쇼트일 때는 샬롯의 말이 엘리자베스에게 영향을 주고(쇼트 5) 그 결과로 나타난 엘리자베스의 표정이 반대로 샬롯에게 영향을 주는 것을 포착할 수 있다.(쇼트 7) 이때 두 쇼트 사이에 쇼트 6을 넣으면서 엘리자베스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줌과 동시에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쇼트 7의 샬롯의 모습과 대사('그런 얼굴로 보지 마라')를 납득하게 만든다.

 쇼트 6과 같이 인물을 단독으로 잡은 쇼트는 인물의 표정과 대사에 집중할 수 있고 각 인물이 독립적으로 느껴진다. 이 쇼트로 가장 친한 친구였던 샬롯에게 엘리자베스가 느끼는 거리감과 멀어진 관계가 드러난다.

 쇼트 5,6은 화면 속에 엘리자베스가 차지하는 비율을 높게 두어 둘의 대화에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건 샬롯이지만 관객들이 이입하고 비중을 둬야 하는 대상을 계속해서 엘리자베스로 지정하고 있다.

     



쇼트 7.    

    소품과 카메라 - 쇼트 5와 같은 각도지만 쇼트 5보다 클로즈업해서 엘리자베스와 카메라의 거리가 더 가깝게 느껴진다. 쇼트 6에서 주인공의 꼬여있던 줄을 푸는 행위와 줌 인을 통해 그네 줄이 수직으로 배치되고 두 사람을 두 프레임으로 분리시킨다. 두 사람의 대립된 선택과 생각(자신의 신념과 이상을 꺾지 않는 엘리자베스와 현실적으로 안정적인 미래를 선택 한 샬롯)을 그네 줄을 통해 공간을 분리해서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쇼트 8.

쇼트 6과 동일.   


  


쇼트 9.

    

 카메라 - 천천히 샬롯을 향해 줌 인한다. 시각적으로 샬롯에게 몰입하면서 샬롯이 하고 있는 말(엘리자베스가 거절한 사람이 청한 약혼을 성급하게 받아들인 이유)에도 이입할 수 있게 도와준다. 빠른 줌 인이 아닌 느린 줌 인으로 시각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샬롯의 말에 집중해서 샬롯이 점점 더 커 보이는 착각이 든다. 샬롯이 뒤를 돌아 떠나면서 줌 인이 풀어지듯 줌 아웃된다. 샬롯을 향한 관객의 집중을 풀어 관객들이 집중할 대상(엘리자베스)을 다시 전환시킨다.

소품 - 그네 줄로 프레이밍 한 오른쪽 공간을 샬롯에게 주어 샬롯에게 더 몰입할 수 있게 한다.




    쇼트 10.

 카메라 - 느린 줌에 쉘로우 포커스, 바스트 쇼트로 엘리자베스가 짓는 미세한 표정 변화에 시선을 집중시킨다.    




쇼트 11.

소품과 조명 - 쇼트 3과 같은 공간이지만 조명, 흙바닥과 농기구들의 위치, 가축 등이 바뀌었다.

 어지럽혀진 마당 내부와 돛단배는 영상물의 분위기나 이야기와 어울리는 배경보다는 상징적 요소로 활용했다.


‘배가 넓은 바다를 항해하듯 가문, 제도, 관습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엘리자베스의 욕구가 집에 묶여 원래 가야 할 더 넓은 세상이 아닌 좁은 뜰 안에 갇혀 있음.’,

‘콜린스와 결혼하여 샬롯이 엘리자베스와 함께 인격이 성장하고 자유로운 사상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차단됨.’,

더 이상 발전 없이 좁은 공간에서 살아야 할 샬롯의 미래를 상상하는 엘리자베스의 내면 등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카메라 - 딥 포커스 상태로 카메라가 수평으로 계속 움직이면서 관객들의 시선에 자율성이 생긴다. 쇼트 3과 비교해 많은 변화가 생긴 미장센과 카메라 움직임이 비교적 빨라 시선을 한 곳으로 고정하기 어렵다. 덕분에 돛단배가 마당 한가운데에 배치되어 있는 현실적이지 못한 상황에도 자세하게 보지 않는 이상 위화감을 느끼지 못한다.


 

                             

쇼트 12.    

 카메라 - 얼굴 클로즈업으로 사색하는 표정에 집중한다.          




쇼트 13, 14, 16, 17

 카메라 - 쇼트 3과 동일하게 오른쪽으로 팬(pan)한다. 벽을 지날 때 암전 처리를 해서 두 개의 쇼트를 하나인 듯 부드럽게 연결하고 있다. 쇼트 3에서 이미 360도 팬을 하면 주인공의 측면에 위치한 어두운 벽을 지나가고 이때 암전이 생긴다는 정보를 관객들에게 주었기 때문에 관객들은 암전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벽을 지나면 뜰 입구에서 보이는 바깥 풍경이 보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쇼트 13이 지나고 쇼트 14는 다시 뜰 내부 모습이 나타난다. 두 쇼트는 동일한 장소이지만 조명과 색채, 소품과 인물(동물) 배치에 변화를 주어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변화했음을 관객들이 인식하게 만든다.

  같은 공간 속 소품들과 조명, 색채가 바뀌었음에도 점프 컷이 되어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던 건 일정한 속도로 진행되는 카메라 움직임 팬과 쇼트 3을 통해 얻은 정보 덕분이었다. 팬을 적용하는 쇼트들이 카메라가 움직이기 전에 프레임의 2/3가 어두운 벽으로 가려진 채로 시작해서(어두워져서) 점프 컷은커녕 계속 화면이 360도 돌아가는 롱테이크를 보는 듯한 착각이 일어난다.

 한편,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뜰의 풍경(쇼트 11,13,14)과 엘리자베스의 얼굴(쇼트 12, 15)을 교차시키면서 계절이 변화해도 계속 그네에 앉아 고민하는 엘리자베스의 상태를 몽타주로 나타냈다.

 보통 몽타주는 미장센과 대조되는 위치에 있지만 위에서 말한 카메라 팬과 세팅(벽)을 이용해 롱테이크와 같은 효과를 가지면서도 쇼트의 길이가 길지 않아 미장센과 몽타주를 동시에 보여줄 수 있다.

 쇼트 16은 원래 예상했던 모습인 뜰 바깥 풍경이 나타난다. 빠르고 함축적으로 지나던 시간과 계절이 원래의 속도로 돌아와 현재에 왔음을 암시한다. 쇼트 17에 쇼트 16과 같은 계절감을 가진 뜰 내부가 등장하여 빠른 시간 변화가 끝이 났음을 확신시킨다.


팬(pan) :카메라를 고정시킨 채 좌우로 움직여가면서 촬영하는 행위.

점프 컷 (jump cut) : 장면이 비약적으로 돌출한다는 의미의 편집 용어. 연속성이 갖는 흐름을 깨뜨리는 편집.

롱테이크 (long take)  :영화의 쇼트 구성 방법 중 하나. 1~2분 이상의 쇼트가 편집 없이 길게 진행되는 것. (두산백과)

몽타주 (montage technique) : 각의 장면을 적절하게 이어 붙여서 스토리가 있는 하나의 내용으로 만드는 것. (무용이론사전, 2011, 메디컬코리아) '편집(editing, cutting)'과 동의어로 쓰이고 있다.




쇼트 15.

 쇼트 12와 동일하게 그네를 타고 돌고 있는 엘리자베스.




 쇼트 18.

 의상- 그네를 타고 있는 다른 쇼트들과 동일한 것 같지만 외투 안쪽 옷이 바뀌어있다. 시간이 흘렀음을 알 수 있다.

조명 - 엘리자베스 얼굴을 클로즈업한 다른 쇼트들에 비해 조명이 어둡다. 비 오는 주변 날씨와 분위기가 일치한다.

 배우의 움직임, 카메라 - 주변 배경은 계속 변화하는 반면 같은 위치에서 같은 표정과 움직임을 하고 있는 인물의 모습을 통해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변화하지 않은 엘리자베스의 복잡한 심리상태가 지속되고 있음을 표현한다.




장면 속 미장센 특징


조명- 자연조명에 가깝다. 인물들이 그늘에 있고 특히 샬롯은 역광에 있음에도 이목구비가 잘 보이는 비교적 밝은 조명이다.  


세팅- 로케이션 촬영으로 탁 트인 들판과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배경으로 삼아 한적한 시골 분위기를 만든다. 건물과 마당의 전체적인 모습으로 인물의 계급과 재정을 가늠할 수 있다.

 -> 세팅과 자연조명으로 영상 배경을 편안한 분위기로 조성한다. 계절과 같은 시공간의 흐름과 인물의 배경을 파악하는 정보들을 준다.  


의상 - 자연스럽고 실용적인 디자인과 채도가 낮은 면직물 의상으로 소박한 인물들의 생활양식과 18세기 영국의 계급에 따른 복장을 파악할 수 있다. (영상 속 두 인물은 중류 계급이다.)  

 -> 시대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인물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소품 - 흙더미나 그네 줄을 이용한 프레이밍으로 관객의 시선에 방향성을 제시한다. 인물과 동물을 포함한 소품들로 계절감을 표현한다.


카메라 - 인물이 돌고 있는 모습과 카메라가 팬 하며 전경을 찍는 쇼트를 교차하여 주인공의 시점으로 보는 풍경을 보여준다.(몽타주)

->팬은 교차하는 쇼트가 점프컷이 되지 않고 이질감 없이 연결시켜주어 주인공이 바라보는 시점과 관객이 보는 시선을 동일시하게 만든다. 수평으로 지나가는 배경을 보며 계절이 변화하고 있음을 자연스럽게 도출시키기도 한다.

 두 인물이 대화할 때는 리버스 쇼트와 인물을 단독으로 찍은 쇼트를 교차시켜 두 인물의 관계를 표현한다.

-> 프레임 속 인물이 차지하는 비율, 초점, 카메라 움직임 등이 모두 주인공인 엘리자베스를 중심으로 이뤄져 관람자의 시선이 주인공과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에 집중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분석한 장면은 미장센을 이용해 계속해서 관객들이 어느 부분을, 누구를 봐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이 장면을 포함한 영화에서 그 누구는 항상 엘리자베스다. 만약 엘리자베스가 화면에 비치지 않더라도 화면 속 이미지는 엘리자베스가 바라보는 풍경이다.

 영화는 명확하게 엘리자베스를 주인공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그 사실을 벗어나는 연출을 하지 않는다. 이를 통해 영화는 통일성을 유지하며 몰입을 강화시킨다. 마치 엘리자베스처럼 친절하면서도 속 깊은, 그리고 똑똑한 미장센이라 할 수 있겠다.


 옹골진 텍스트를 기둥을 삼고 소품, 세팅, 배우의 연기 등을 조합하여 카메라, 편집으로 완성한 미장센에 서정적인 음악을 더하면 영화에 과몰입할 수 있는 준비는 완료된다.

 우리는 미장센 맛집을 찾아가 영화를 맛있게 음미하면 된다. 그러나 어떤 재료가 들어갔고 어떤 조리법으로 만들어진 영화인지 알아챌 수 있게 되면 단지 한 끼를 때운 손님이 아니라 미식가가 될 수 있다.

 굳이 미식가까지 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조금만 음식의 맛(영화의 맛)에 집중한다면 음식(영화)을 더 즐길 줄 아는 사람, 또는 적어도 무엇을 먹었는지는 알 수 있는 사람 정도는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혹시 모르지 않는가. 어느 맛집에서 맛 본 재료와 조리법이 자신의 최애가 될지. 그리고 그 맛과 분위기는 나중에 다른 맛집을 찾을 때도 큰 도움이 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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