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에서 10시 사이에 일어났다.
열무가 우리 방에 와서 물을 마셨다. 계속 서있길래 배가 고픈 듯하여 다시 습식사료를 데워주었다. 먹지 않았다.
살이 찌면 심장에 무리가 온다고 몇 개월 동안 간식 한 번 마음껏 주지 못했다. 그런데 음식을 줘도 먹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 먹어도 되는지 검색을 한 후 바나나를 잘라주었다.
먹었다! 그것도 와앙하고 식욕 넘치게 먹었다. 2주 전 모습이었다. 몇 조각을 기분 좋게 먹었다. 이 기세를 몰아 더 먹이고 싶어서 계란을 두 개 삶았다. 삶은 계란을 열무만을 위해 삶는 건 처음이었다.
새벽 1시였다. 열무는 아빠를 좋아해 아빠 자리에서 잔다. 열무가 아빠 옆에서 자지 않고 있었다. 계란을 잘게 잘라 주었다. 한 개를 홀랑 다 먹었다. 이제 음식도 잘 먹고 다행이다 싶었다. 약도 먹였다. 내 방으로 돌아와 컴퓨터를 했다. 잠을 자고 싶지 않았다. 계속 아빠가 중간중간 와서 열무 좀 지켜보라고 했다. 낮에 일어난 일 보고 혼자 돌기 무섭다면서. 그렇게 아빠는 계속 열무 옆에 있었다. 나를 포함해 우리 가족은 몇 개월간 혹은 몇 년동안 무엇을 해도 열무 걱정이었다.
몇 시간 후 아빠가 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와 열무가 이상하다고 했다. 아빠 말을 듣자마자 '때가 왔다'는 생각과 동시에 산소캔을 손에 쥐었다.
열무가 쓰러져 있었다. 혀가 바닥을 향해 있었다. 전과 달랐다. 그래도 산소캔을 썼다. 안고 토닥이며 거실을 걸었다. 부모님 방에 들어가 산소캔을 또 쓰고 약을 먹였다. 열무가 비명을 질렀다. 내가 어딘가 잘못 눌러 아파하는 줄 알고 바닥에 눕히고 머리는 내 발목 위에 눕혔다. 잠을 자던 언니는 아빠 말에 벌떡 일어나 진작에 내 옆에 있었다. 엄마도 불안해하며 산소캔을 열무 얼굴에 가져다 대었다. 열무가 다시 비명을 질렀다. 열무의 당황스러움, 공포, 괴로움이 섞여있었다. 내가 대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을 직감했다. 이제 마지막 인사를 하자는 말이 목구멍에 걸려있었으나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아직 살아있잖아. 아직 숨 쉬고 심장이 뛰잖아.' 그 생각이 말을 막았다.
열무를 안아 내 심장소리가 들리도록 자세를 취했다. 열무 눈이 튀어나올 것 같아 눈을 감겨주려 하는데 눈이 감기지가 않았다. 예전부터 의연한 척, 침착하게 대응하려던 나의 태도가 거기서 무너졌다. 내 눈이 꽉 감겼다. 육성으로 '안 되겠다'는 말이 나왔다. 엄마가 억지로 주사기로 물을 먹이고 열무 괜찮다며 숨 쉬는 거 보이지 않냐는 말을 하고서 몇십 초 지나지 않아 열무 가슴이 움직이지 않았다. 괴로워하지 않았고 거칠게 숨 쉬지 않았다. 눈은 뜨고 있었다. 열무의 다리가 약간 떨렸다.
언니와 엄마가 울음을 터뜨렸다. 언니에게 열무를 넘기려는데 열무 목이 옆으로 꺾어지려 해 빠르게 손으로 받쳤다. 축 쳐진 열무를 언니가 안고 있을 때 숨을 세 번 뱉었다고 한다. 산소캔을 가져다 대었지만 반전은 없었다. 눈은 감겨줘도 계속 떴다. 엄마 말로는 보지 못한 게 너무 많아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심장을 압박하고 싶진 않았다. 심장이 아픈 열무에게 너무 고생스러운 일일 것 같았다.
늘 그랬듯이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눈물과 콧물만 나왔다. 누군가 짓누르는 듯한 목구멍에서 간신히 열무에게 그동안 고생했다, 수고했다는 말만 꺼낼 수 있었다. 시계를 봤다. 10분 빠른 시계가 4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