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댕 동생이떠나다. (4)

열무가 떠난 후 다음 날

by 고마율

잠에서 깨는 게 괴로웠다. 원래 꾸지도 않았던 꿈들이 내용도 뒤엉켜 뒤죽박죽으로 나왔다. 그래도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아서 좋았다. 잠에서 깨 몽롱함이 달아나면 현실감을 느끼게 되어 괴로웠다. 열무가 없는 세상이라니. 말도 안 된다며. 반평생을 어둠 속에서 살던 애가 이젠 가족들도 없이 계속 어둠에서 지내게 되어 무섭지 않을까. 괜히 감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새벽에 잠에서 깨니 언니가 누워있는 채로 울고 있었다. 난 무시한 채로 다시 잠이 들었다. 잠에 취해 깨어나고 싶지 않았다.

언니는 출근했고 난 개강을 했다. 아침에 실시간 강의 듣고 열무를 쳐다봤다. 언니가 쓴 편지, 사진, 유골, 아침에 언니가 올려둔 지퍼백 속 열무 털이 있었다. 촉감으로 느껴지는 열무가 반가웠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열무가 마치 꿈에서만 본, 실제 하지 않은 존재 같았다. 오로지 내 기억에만 남아있다면 왜곡되고 거짓이 될 불안이 있었다. 사진 속 열무는 다른 디지털 화면 속 동물들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런데 털이 있었다. 맞아. 열무는 존재했어. 존재한 게 틀림없어. 순간 안심했다.

며칠 전 열무 털을 깎았던 게 떠올랐다. 쓰레기통을 보니 비워져 있었다. 밖에 나가 쓰레기봉투를 뒤졌다. 열무 털이 한 뭉텅이가 있었다. 봉투에 담긴 담배 냄새가 배어 있어서 아쉬웠다. 비닐에 담아 냄새가 날아가도록 창가에 두었다. 기분이 한결 나아져 이땐 음식을 조금 먹었다.

원래 체취가 없던 아이인터라 남아있는 냄새가 없었다. 잘 때만 얼굴 쪽에서 나는 고소한 향은 어디에도 담을 수 없었다. 심부전으로 처방받은 이뇨제 때문에 아무 데나 갈겨놓았던 오줌들이 만든 지린내가 며칠 전과 다르게 애틋했다.

책장 위에 올려둔 액자 사진을 볼 때, 어딘가에 살아있을 것 같다는 마음에서 액자 유리에 껴져 있는 열무가 더 이상 영원히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게 느껴져서 바라볼 때마다 눈물이 나왔다. 생전에 열무 사진을 프린트해서 걸어놓고 연습이라도 해둘걸. 열무 사진 한 장 뽑아둔 적이 없다. 보고 싶을 때는 바로 열무에게 가서 귀찮게 부비적댔다. 안일했다. 보고 싶다. 안고 부비적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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