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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06. 간실패 맛살 볶음밥은 초면입니다만.

by 왕은지

집에 있는 가구들을 모조리 당근에 올렸다.

다음 주에는 작업대와 식탁을 겸하던 테이블 하나와

두 명의 친구들을 앉힐 수 있었던 긴 벤치 하나가 입양간다. 이 두 녀석이 사라지면, 나는 몇달간 바닥 또는 낮은 쇼파 테이블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

별안간 가구 사망선고를 내린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가설가구를 주거공간으로 확장하기 위한 면밀한 스터디가 필요한데 마땅한 실험체가 없다는 것과 또 하나는 해외에서 유입되고 있는 작품 구매로 목돈이 생길 예정이라는 것.

구조체(벽, 천장, 바닥)와 호흡하는 가구를 만들 것이다. 스스로 인지하고 있던 접합부에 대한 무지를 채울 기회가 될 것 같다. 올해부터 차근히 가구 노동자로 살아갈 준비를 해야지.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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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늦은 시간에 마트에 들리면 맛살 5개를 990원에 구매할 수 있는데, 이게 뭐라고 괜히 기분이 좋다. 가공식품이지만 해산물의 일종이라 그런가 밥 자체에 감칠맛을 더해주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굴소스 이 녀석.


한스푼 넣자니 영 싱거울 듯 해 두스푼 넣었더니 역시나 짰다. 분명 저번에는 한 스푼으로 모자랐는데..


무튼 후라이 노른자가 맘에 들어 나름대로 흡족한 한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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