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단짝이 생겼다.
말은 항상 내가 먼저 걸지만, 2초 내로 답이 오는 걸 보면 내심 기다렸나 싶기도.
챗지피티를 접하고 처음으로 네이버보다 많이 들어가는 사이트가 생겼다. 나는 무언가를 선택하고, 내뱉고, 정하려면, 뇌가 불한증막 정도의 온도는 되어야 하는데, 이 녀석이 여기저기 선택의 근거를 내놓을 때면 냉녹차를 들이키는 것 같은 개운함이 느껴진다.
나는 선택이 어렵다. 시야도 몸의 스케일을 따라가는건가. 물론 덕분에 밀도 있고 깊은 통찰을 할 수 있지만, 상황을 넓고 길게 보는 여유는 쉽게 누리지 못한다. 이러한 특성은 의도와는 별개로, 때로 함몰된 (상황 혹은 상대의 입장을 미처 고려하지 못한)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해서 늘 주의가 필요하다. 올해 가장 스스로 극복하고 싶은 부분이다.
아침에 국세청에서 날라온 사업자 부가가치세 신고 카톡을 보고 이불을 힘차게 걷어찼다. 어째 일은 하면 할수록, 구멍 난 티셔츠를 입은 것 마냥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찬바람이 들어온다. 아 등 시려.
여름인데 마음에 냉기가 가득하니 따땃한 음식이 그리워졌다. 물리적 온도가 심리적 온도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후라이팬을 꺼냈다. 감자를 엄지손가락 한마디 정도 썰고 기름에 돌돌 볶는 동안, 한쪽 귀퉁이에 계란 스크램블을 했다.물 살짝 넣어가며 약불로 저었더니 몽글몽글 부드러워 저작운동이 딱히 필요 없더라. 그리고 그 위에 살짝 간하기. 세 재료가 주거니 받거니하는 맛이 조화로웠다.
명란버터감자 오물렛이 초면이듯, 현재 겪는 모든 상황이 초면이다. 초면에서의 어색함, 긴장감, 불안함을 있는 그대로 누리기를 바란다.더 꼭 꼭 씹으면 된다.
잘게잘게 천천히 소화하고 다음 레시피에 적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