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꿈을 꿨다.
또 다른 세상을 마주하는 꿈을.
물결의 찬란함은 곧 세상이었다.
남몰래 꾸는 꿈이기라도 한 것 같은, 조용한 꿈이었다.
사람 하나 없는 드넓은 모래사장 위를, 아주 천천히 걸었다.
맨발 아래 약간 거칠기도, 부드럽기도 한 모래의 결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걷고, 또 걷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푸르고 맑은 하늘은 아득히 높았고, 그 자유로움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동했다.
흘러가는 구름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옆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뺨을 스쳤다.
그 바람을 따라 시선을 돌린 순간, 발등을 넘어 발목을 간질이는 물결이 밀려왔다.
시선 끝에는 하늘에 정신을 뺏겨 미처 보지 못한 또 하나의 세상이 눈에 들어왔다.
거울처럼 하늘을 반사해서, 마치 또 다른 하늘이 발아래 펼쳐져 있는 듯했다.
맑고 푸르렀고, 햇빛까지 반사되어 낮에도 별이 넘실거리는 세상은 너무나도 찬란했다.
그 고요함이 달콤해서, 꿈에서 깨어나기 싫었다.
푸르고 드넓은 하늘아, 푸르고 드넓은 바다야. 부디 내 마음속에 오래 간직되기를.
나의 바다에도 찬란함이 넘쳐 많은 사람들이 머물고 가기를.